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Jul 10. 2023

5년간 매일 글에서만 본 이를 실제로 만났습니다.

온라인 매일글쓰기 멤버들과의 오프라인 만남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모임이 있다. 바로 5년간 온라인 매일글쓰기에서 만난 글벗을 실제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내 안에 설렘만이 가득할 텐데.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부담이 컸다. 거울 앞에서 서서 머리도 다듬어보고, 옷도 신경 써서 입었다.


온라인 매일글쓰기를 알게 되고 참여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었다. 그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오갔지만, 10명 남짓의 초장기 멤버는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는 매일 글에서 만나 일상을 공유하며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며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갔다.


때론 새로운 글쓰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줌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공모전에도 참가하고, 메일링 구독서비스도 해보고, 시민기자 활동도 함께 했다. 느끼지 못했지만 삶도 글도 조금씩 성장해 나갔으리라.


글벗 중 한 분이 얼마 전 중국에서 잠시 귀국을 하게 되어 이번 모임이 성사되었다. 모두가 모이진 못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곱 분이 뭉치기로 했다.


만남의 장소가 수서역에 있는 브런치 카페라 집에서 세 번의 지하철을 갈아탔다. 가면서 글벗 하나하나를 떠올려 보았다. 매일 글에서 보기는 하지만 실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의미한 상상이었다. 글은 곧 그 사람을 닮았기에 글에서 본모습 그대로 일거야.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나와 다른 한 분을 빼고 모두 와 있었다. "와~"란 함성소리에 부끄러움이 찾아왔지만 그보다는 반가움이 더 위에 자리했다. 다들 인상 좋고, 선하고, 따스한 느낌이었다. 저 멀리 글벗 한분이 찾아와 이번에 출간한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을 내밀었다.

전해줄 글을 쓰며 긴장했는지 땀이 이마에 송글 맺혔다. 기념으로 사진도 함께 찍자고 했는데, 어색한 표정은 어찌하려나.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근황토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각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흐르다, 중간에 아이들 이야기로 빠졌다가 다시 글쓰기로 향하며 쉴 틈 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어떤 화제가 튀어나오면 "맞다. 그거 지난번 글에서 보았어요.", "그 뒤로 어떻게 되셨어요?"라는 식으로 글에서 이미 만난 삶 뒤편의 일까지 알게 되었다. 오호라 재밌는걸.

중국에서 온 글벗은 다른 멤버들에게 선물로 펜을 주었다. 그 안에 우리가 처음 매일글쓰기를 한 날짜가 새겨 있었다. '매일글쓰기 2019. 1. 18.~' 

세심하기도 하셔라. 이 펜은 단순히 글을 쓰는 용도를 넘어 매일 글쓰기의 산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아까워서 쓸 수는 있을는지.

2시간의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오후에 아이들 방에 에어컨 설치하는 약속이 잡힌 바람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먼저 나왔다. 돌아오는 길 무언가 모를 충만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나는 5년간 함께 글을 써왔구나. 세월의 지나감만큼이나 우리 사이에 쌓인 정도 깊어졌다.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 호호 할머니, 호호 할아버지 될 때까지 매일글쓰기에서 오래오래 글을 쓰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불현듯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소중한 오늘도 기록되어 글에 남았네.

매거진의 이전글 손 안 씻고 신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