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주 토요일 우리 모임이 완전체로 만났다. 한두 명씩 일정이 있어서 그간 다 같이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시간이 딱 맞았다. 모임 이름도 재밌는 '손안신고신나정'이다. 언뜻 들으면 '손 안 씻고 신나죠'로 들릴 수도 있다. 어떤 이름이 좋을지 궁리하다가 각자의 성을 조합해서 재미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모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모임 구성원 중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상담센터를 개원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듣고도 상담받고픈 '시선심리상담센터'였다. 뜻깊은 날 축하를 위해서 우리는 모였다.
마포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니 센터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녹색의 푸르름이 반겼다. 센터 공간을 얼마나 아늑하고 자연친화적으로 꾸몄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꾸민 장식도 주인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센터 주변을 둘러보다가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실용적인 친환경 디퓨져, 휴지, 고품격 티슈케이스 등이었다.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보기에도 범상치 않더니 미슐랭 맛집으로 선정되었고, 더구나 전날 탐크루즈가 식사를 하고 갔단다. 그 말에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우리 모임의 최대 장점은 어떤 말이든 즐겁게 주고받고, 웃음을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늘 데시벨이 너무 높았다. 옆 테이블 어르신이 시끄럽다는 주의를 주어 간신히 음량을 낮추었다.
배도 부르겠다 이제는 아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러 다시 센터로 향했다. 주인장들은 우리를 위해서 미리 맛있는 간식과 와인, 맥주 등을 준비했다. 이제는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데시벨을 최대치로 높였다. 우선 최근에 박사학위를 딴 이의 그 험난했던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철없던 그렇지만 열정 가득했던 대학원 시절을 지나 종착지는 어느새 중년이 다 된 웃픔 삶으로 다다랐다.
멀리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어느 유명한 말처럼. 집집마다 저마다의 고민이 가득했다. 직장, 건강, 남편, 아내, 아이들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좀 전까지 깔깔대며 웃었던 우리는 어느새 진지 모드로 스위치를 변경했다. 누가 다들 상담자 아니랄까 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니 묵은 고민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상담계의 경로를 이탈한 나와 달리 계속 그 속에서 치열하게 경력을 쌓으며 이렇게 상담센터까지 낸 그들이 참 대단하고 멋졌다. 이럴 땐 나도 그 안에 있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살짝 미련이 남긴 하지만 뭐 그래도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하니깐.
이야기는 끝이 없는 듯 이어졌지만 어느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밤을 새울 수는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리를 했다. 언제나 우리 만남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시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진다랄까. 이제 아지트가 생겼으니 종종 모이기로 했다. 전 날의 여운이 계속 남았는지 다음날에도 카톡방이 뜨거웠다. 모두 서로에게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좋은 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건 인연이 분명하다. 서로 기수도, 나이도, 성별도 다름에도 케미가 그리 좋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보고픈 사람들이다. 다시 만날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쌓인 이야깃거리를 마음껏 푸는 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