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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l 03. 2023

손 안 씻고 신나죠

만나면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사람들

드디어 이번주 토요일 우리 모임이 완전체로 만났다. 한두 명씩 일정이 있어서 그간 다 같이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시간이 딱 맞았다. 모임 이름도 재밌는 '손안신고신나정'이다. 언뜻 들으면 ' 안 씻고 신나죠'로 들릴 수도 있다. 어떤 이름이 좋을지 궁리하다가 각자의 성을 조합해서 재미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모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모임 구성원 중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상담센터를 개원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듣고도 상담받고픈 '시선심리상담센터'였다. 뜻깊은 날 축하를 위해서 우리는 모였다.


https://naver.me/IgNlgiSR

마포역에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니 센터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녹색의 푸르름이 반겼다. 센터 공간을 얼마나 아늑하고 자연친화적으로 꾸몄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꾸민 장식도 주인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센터 주변을 둘러보다가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실용적인 친환경 디퓨져, 휴지, 고품격 티슈케이스 등이었다.

근처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보기에도 범상치 않더니 미슐랭 맛집으로 선정되었고, 더구나 전날 탐크루즈가 식사를 하고 갔단다. 그 말에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우리 모임의 최대 장점은 어떤 말이든 즐겁게 주고받고, 웃음을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늘 데시벨이 너무 높았다. 옆 테이블 어르신이 시끄럽다는 주의를 주어 간신히 음량을 낮추었다.

배도 부르겠다 이제는 아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러 다시 센터로 향했다. 주인장들은 우리를 위해서 미리 맛있는 간식과 와인, 맥주 등을 준비했다. 이제는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데시벨을 최대치로 높였다. 우선 최근에 박사학위를 딴 이의 그 험난했던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철없던 그렇지만 열정 가득했던 대학원 시절을 지나 종착지는 어느새 중년이 다 된 웃픔 삶으로 다다랐다.

멀리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는 어느 유명한 말처럼. 집집마다 저마다의 고민이 가득했다. 직장, 건강, 남편, 아내, 아이들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다. 좀 전까지 깔깔대며 웃었던 우리는 어느새 진지 모드로 스위치를 변경했다. 누가 다들 상담자 아니랄까 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주니 묵은 고민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상담계의 경로를 이탈한 나와 달리 계속 그 속에서 치열하게 경력을 쌓으며 이렇게 상담센터까지 낸 그들이 참 대단하고 멋졌다. 이럴 땐 나도 그 안에 있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살짝 미련이 남긴 하지만 뭐 그래도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하니깐.


이야기는 끝이 없는 듯 이어졌지만 어느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밤을 새울 수는 없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리를 했다. 언제나 우리 만남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1시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진다랄까. 이제 아지트가 생겼으니 종종 모이기로 했다. 전 날의 여운이 계속 남았는지 다음날에도 카톡방이 뜨거웠다. 모두 서로에게 긍정적이고 힘이 되는 좋은 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건 인연이 분명하다. 서로 기수도, 나이도, 성별도 다름에도 케미가 그리 좋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보고픈 사람들이다. 다시 만날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쌓인 이야깃거리를 마음껏 푸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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