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아름답게 바라본다는 건
라라크루 송년회 백일장 '2023년 글쓰기가 내게 준 변화'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선배와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였다. 사전 예고도 없이 쑥 하고 묵직한 펀치 하나가 턱 밑으로 들어왔다.
“신 선생. 맨날 뭘 그리 끄적거리나. 차라리 그 시간에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봐. 사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수없이 들어본 말임에도 여전히 쓰리고 아프네.
“에이. 선배야말로 글을 써 보시라니까. 퇴직도 얼마 남지 않으셨으면서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사시게. 제 말 믿고 한번 따라와 보시죠. 삶이 바뀔 겁니다.”
맥없이 쓰러지지 않고 작은 잽 하나를 던졌다. 선배는 손사래를 치며 붉은 얼굴을 시계추처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암 그럴 만도. 쓰지 않은 이는 절대 이해 못 할 일이니. 사각의 테이블 위에 주먹 대신 소주잔으로 옥신각신 주거니 받거니 했다.
이해받지 못한 외로운 직장인의 글쓰기는 2023년에도 계속 이어진다. 올해 운 좋게 두 권의 책을 내게 되었지만, 잠깐의 황홀경 뒤로 금세 잊힘의 쓰린 속을 다독이며 또다시 하루하루를 써 내려갔다.
왜 글을 쓸까. 여전히 쓸까. 그 의문에 관한 답은 지금도 찾아가는 중임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글을 만난 내 삶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충만하다. 무언갈 성취하고, 이룬다는 세속적 단어론 표현 못 할 행복은 현재 진행 중이다.
문득 하루 중 내가 언제 웃을까 생각해 보았더니, 발 디딜 틈 없이 비좁은 만원 지하철 안 좁쌀만 한 핸드폰 자판으로 글을 두드릴 때였다. 그 안엔 내가 좋아하는 딸의 반달눈, 눈처럼 후루루 떨어지는 벚꽃 잎, 지하철 개찰구에 나서 바라본 오묘한 빛깔 석양이 모두 담겨있다.
그냥 두면 지나칠 빛나는 순간들, 그걸 알게 되었다는 건 무지한 현실의 가치만 좇던 나의 가장 큰 변화이다.
2023년이 저물어간다. 아쉬움보다 기대를 품는다. 다가오는 2024년엔 또 어떤 일들이 글에 담겨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려나.
#라라크루, #라라크루라이팅, #라리크루송년회백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