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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03. 2023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북토크 후기

한 해 마무리를 감동 깊은 강의와 함께

토요일 오전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하남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당신이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북토크 때문이었다. 어쩌면 한 해 마무리가 될 강의에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했다.


차를 가지고 갈까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고민했지만 토요일 오후임을 감안해서 후자를 택했다 지하철로만 한 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다행히 환승은 없었다. PPT 강의자료를 출력해서 가방 안에 넣고 출발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가 지하철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다행히 몇 정거장 가지 않아 빈자리가 났다. 자료를 꺼내 말로 읇조리면서 머릿속에는 가상의 강의공간을 떠올려 보았다. 일종의 나만의 루틴인데 꽤 효과적이다. 마치 강의장에 있는 듯 강의를 진행하고, 청중의 질문도 예상해 보면서 긴장을 덜어낸다. 내향인의 생존비법이랄까.


한참을 혼자 만의 세상에 빠져들다 불쑥 '미사역'이란 방송을 듣고 서둘러 내렸다. 버스를 기다리다 오늘 함께 강의할 강사님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남은 신도시답게 널따란 공간에 고층 아파트가 그 위용을 뽐냈다. 조금 걷다가 만난 미사 도서관은 규모뿐 아니라 디자인도 독특했다. 마치 거대한 우주선 같다랄까. 도서관 강의를 다니며 다양하고 특색 있는 공간을 만나는 기쁨도 쏠쏠했다.

강의장은 4층이었다. 입구부터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고, 생각보다 큰 공간에 놀랐다.

무대 옆에 배치된 자리에서 잠시 숨을 돌리니 함께 참여하는 강사님이 하나 둘 참석했다. 이번 강의는 하남에 사는 강성화 작가님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자리였다.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에 늘 감탄을 한다. 이날은 책의 색깔과 딱 맞는 보라색 옷을 입고 와서 강의장을 빛내주었다. 목감기에도 불구하고 이윤지 작가님은 강의와 더불어 진행까지 맡아주어 감사했다. 시 아나운서가 가진 여유, 전문성, 무대를 아우르는 안정감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

무대에 서서 자가소개를 마치고 미니 강의가 시작되었다. 비타민 가득한 톡톡 튀는 염혜진 작가님의 실행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부터 꿈을 심어준 강사 포스 뿜뿜인 유미애 작가님, 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알기 쉽게 알려준 천상 선생님 정혜영 작가님, 작은 메모 습관이 이뤄낸 기적을 보여준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고경애 작가님 등등 주옥같은 강의가 이어졌다.


내 강의 순서도 잊은 채 넋 놓고 빠져 들었다. 참가한 관객분들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메모까지 하면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의 주제는 꾸준한 글쓰기의 힘이었다. 매일글쓰기의 중요성, 글쓰기도 근육이 있어 계속 키워나가야 함을 내 사례에 비추어 강조했다. 5년째 매일 글을 쓰며 출간, 강의 등 마법 같은 일이 계속 찾아왔다.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주고 싶었다.

강의를 마치고 잠시 책 나눔 이벤트를 하고 저자 사인회가 있었다.  감동이었던 건 단순히 사인만 받는 것이 아니라 울림 있는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꿈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떠오르지 않아 슬펐다고 강의를 듣고 동화작가의 꿈을 꾸게 되었다는 분, 가족 독서모임을 해보았는데 힘들어서 포기했는데 다시 해보겠다는 분, 매일 글 쓰는 방법을 꾸준히 하고 싶어 궁금한 점을 계속 물어보시곤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분까지  것보다 받은 것이 많기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미약하나마 이번 강의가 그분들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 듯해서 고마웠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강사님들과 맛있는 식사도 하고 차도 마셨다. 강의를 2 시간하고 뒤풀이를 4시간이나 했다는. 가볍고 즐거운 농담뿐 아니라 삶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결이 같고 보는 방향이 비슷한 분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자극이 된다. 나의 꿈도 지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아쉬움을 남긴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직감했다. 글로 만난 이 좋은 인연은 우리를 계속 새로운 곳으로 이끌어주리란 믿는다.


집에 돌아와서 도서관에서 준 선물을 꺼내 보았다. 하나하나 마음이 담긴 마운 선물이었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블로그 알람이 울려 열아보니 고마운 글이 있었다. 강의 때 질문했던 남자 관객분이 블로그에 찾아와 글을 남긴 것이었다. 이 감동을 어찌할꼬.

12월의 마지막 강의는 이렇게 추억을 한가득 남기고 서서히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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