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강사를 꿈꾸는 내향인입니다
연재를 마치며
강의를 진심 좋아하게 되었다. 몇 번의 좋은 성과는 직장 내에서 강의하는 사람으로 각인시켰다. 이후로 교육과 강의하는 업무가 주어져 그 안에서 마음껏 뛰놀며 보람을 찾았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순환 보직을 해야 하는 회사 특성상 계속할 순 없었다.
한때, 전문 강사로 나가고픈 열망에 사로 잡히기도 했지만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없었다. 그러기엔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강사로서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아내를 설득할 용기도 없었고,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들 바라보며 내 꿈만 좇을 순 없었다.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고 포기하려는 때 운명처럼 공문 하나가 다가왔다. 바로 '내부 인권감수성 3기 강사 모집' 공고문이었다. 등줄기부터 찌릿한 무언가가 차올랐다. 직장 내 감수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내부 직원을 강사로 양성해서 활용하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오래전 그 과정을 들었고, 평소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선배가 강사로 와서 강의를 진행했던 기억이 났다.
선배에게 곧바로 연락을 했고,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활동 자체도 기대 이상이었고, 무엇보다 기존에 활동하는 강사 면면이 직장 내에서 신망도 높고, 정체되지 않고 새로운 걸 추구하는 멋진 분들이었다. 만약 강사로 선정된다면 이들과 퇴직 때까지 함께 하며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더욱 하고픈 열망에 사로 잡혔다.
양식에 맞추어 그간의 강의 경력을 담아 정성스레 서류를 작성했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강사로 뽑혔다. 그 시기와 맞물려 나는 '예산'이라는 전혀 해보지 않은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되었다.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아마도 강의와는 멀어지게 되었을 것이 뻔했다. 강사 양성 워크숍에 참여해서 기존에 참여했던 선배들도 만나고, 교육 프로그램에 관해서 밤새 토론하며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홀로 외로웠다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가 여럿 생기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양성 과정을 마치고 보조 강사로 몇 번 참여한 후 곧바로 강의에 투입되었다. 사실 처음엔 그 어떤 강의보다 부담되었다. 같은 직원 입장에서 교육한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강의를 해보니 부담은 기우였다.
나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역할이 아닌 서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촉진자였고, 그 이후에는 교육생이 스스로 답을 찾아갔다. 그간 직장 내에서 편히 말할 수 없는 고충을 진솔하게 나누고, 시대에 맞는 감수성을 갖고 어떻게 업무에 적용해서 활용할지에 관해서 토론하고, 역할극을 통해서 해결점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층 강의가 무르익을 무렵 코로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작년부터 다시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미루고 미뤘던 위촉식이 열려 4년 만에 위촉장을 받게 되었다. 정식 위촉장까지 받게 되니 이제 정말 강사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이제 5기 강사도 새롭게 뽑혀 후배까지 생겨 책임감마저 들었다. 재위촉 과정도 있기에 매년 정해진 수의 강의를 해야만 강사 자격이 유지되었다. 강사로 활동한다고 회사 내에서 어떤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업무 외에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감까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그쯤은 감수하고도 남았다.
내부 강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 안에는 '강사' 욕구가 꿈틀댄다는 것을. 작년 2월에 '아빠의 가족 독서 모임 만드는 법'이란 책을 출간하며 고맙게도 도서관에서 강의 기회가 꾸준히 찾아왔다. 뼛속까지 내향인이기에 그 상황을 즐기기보단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압박에 시달리지만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강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얼마 전엔 동네 도서관에 강의 제안서를 메일로 보냈다. 결과가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지만 시도를 했기에 가능성을 꿈꿔 본다.
글과 책이 평생 친구 같은 존재이듯 강의 역시도 더는 말 할 수 없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낯을 몹시 가리고, 낯선 상황에 구석부터 찾는 내향인이지만 강의 때만은 그 어떤 외향인보다 신나고 활기찬 강사이다. 나도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 안에는 강사의 피가 흐름이 분명하다.
나는 평생 강의를 하고픈 내향인 강사이다.
한 줄 요약 : 단점을 계속 갈고닦으면 언젠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언젠가는 강사로서의 긴 여정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브런치에서 연재를 하며 그 소중한 시간들을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정성스레 읽어주고 힘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해준 많은 글벗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연재 글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