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두건을 쓴 괴상한 생명체를 자전거에 태운 꼬마가 거대한 달과 포개지면서 외친 그 장면. 옆에 앉은 아버지 손을 꽉 잡고 콩닥거리는 심장을 주체 못 했던 나의 첫 극장 영화 ‘ET’ 그때부터 영화는 스펀지 물 먹듯 나의 삶에 스며들었다. 다행히 나의 영화사랑 DNA는 아들에게 잘 전달되었다. 둘이 가장 신나는 시간은 영화 이야기할 때이다.
“아빠. 아빠는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어?” “난 스파이더맨 거미줄. 출근할 때 벽 타고 빨리 가게. 히히. 넌?" "음. 토르 망치. 숙제 다 부숴 버리게. 숙제 완전 짜증 나."
둘이 요렇게 영화 바다에 흠뻑 빠진다.
2017년 겨울, 2018년도 버킷리스트 작성 중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아들과 슈퍼히어로 영화 다보기.' 아들도 당근 콜! 둘이서 즉각 네이버 검색하니 마블 영화가 8편 정도 나왔다. 한국 히어로 물과 DC영화도 몇 편 합치니깐 총 16편. 오케이 못 먹어도 고!
영화 보고 오는 날이면, 둘 다 흥분하여 이불 위에서 뒹굴고, 씨름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두 개의 심장이 하나 되어 세차게 뛴다.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며칠 전 침대에 누워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올해 본 최고의 영화는?" "베놈. 15세 관람가인데 하나도 잔인하지 않고,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가 멋졌어. 아빠는?" "나는 블랙 팬서. 검은 갑옷이 끝내 주었고, 왕국을 지키려고 목숨 바쳐 싸우는 모습이 최고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