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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ug 20. 2024

북토크는 책을 글을 삶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북토크 후기

"북토크 한번 하셔야죠"


매일 행복을 나누는 '행복일기' 미션팀 리더이자 매일글쓰기 글벗인 블리보나 님의 말에 처음엔 그저 출간을 축하하는 인사정도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계속 소통하며 날짜가 정해지고, 행사 계획이 하나 둘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며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드디어 당일, 전 날 잠을 설쳤다.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버벅대면 어쩌지. 이럴 땐 내향인 내 모습이 못내 아쉽다. 휴가로 인해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오전에 회사에 출근한 뒤 집에 돌아와 북토크 장소인 '호화맨션'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나 님을 비롯한 이미 도착한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쭈뼛쭈뼛 선물로 가져간 빵을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내 앞엔 너무나도 예쁜 장식이 꾸며져 있었고, 뒤엔 커다란 현수막이 붙있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곳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을지 생각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했다. 멀리 광주와 대구에서까지 외주신 분도 있었다.

시간이 다 되었고, 참가자 분들이 모였다. 이번에 참여한 분들 모두 글로 맺은 인연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보나 님의 진행하에 첫 순서는 나를 소개하기였다. 그냥 말로 하는 것이 아닌 닉네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였다. 내 앞에 놓인 색연필의 존재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완성한 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였다. 그림 안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언지 담겨있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 사이에 맴돌던 어색함이 한 꺼풀 벗겨져 그 안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다음 순서는 그간 내가 출간한 책이 작은 종이로 만들어져 그 안에 적힌 질문에 관해서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출간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책을 꾸준히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책을 출간하고 삶이 바뀐 것이 있는지, 출간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가장 애착이 가는 책과 내용을 바꾸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출간을 통해 도모할 수 있는 일 등등 하나하나 소중한 질문들이었다.

책을 낸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없다. 하얀 백지위에 점을 찍 듯 단어와 문장을 채워 글을 만들고, 그 글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고, 종국에 책으로 만들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매일 글을 썼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고, 브런치에 쓰고, 기사에 쓰는 등 어디든 썼던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말하며 구성 중인 다음 책까지 소개하게 되었다.


참여형 북토크란 취지에 맞게 이어진 순서는 각자 질문을 뽑고, 그에 관한 답을 본인이 하는 것이었다. 갈수록 내 이야기보단 듣는 것이 즐겁다. 그의 말 안에는 그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질문 대부분이 책과 글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며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을까. 결이 같은 사람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한 뼘 아니 두세 뼘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롤링페이퍼를 하며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예정되었던 두 시간은 이미 지나 세 시간이 다되었다. 참여하신 분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꽃다발을 받고 어쩔 줄 몰랐다. 출간 축하 노래를 부르며 세상 부끄럽게 촛불을 껐다. 단체 사진을 찍고, 즉석 사인회가 열렸다. 북토크에 와주신 고마움과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안에 담았다.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한 분 한 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집에 도착해서도, 씻고 누워서도 좀처럼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살아온 삶 속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지치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아 힘을 얻을 수 있는 추억 하나를 새겼다.


이 모든 행사를 준비해 준 블리보나 님과 장소를 제공해 주신 명모 님, 그리고 먼 지역에서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준 소중한 글벗 모두 고맙다는 말로 단어로 담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날이 꼭 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여태껏 책을 내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는데, 책을 내고 나서의 더 큰 행복이 찾아온 평생 기억될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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