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행복을 나누는 '행복일기' 미션팀 리더이자 매일글쓰기 글벗인 블리보나 님의 말에 처음엔 그저 출간을 축하하는 인사정도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계속 소통하며 날짜가 정해지고, 행사 계획이 하나 둘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며 고마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드디어 당일, 전 날 잠을 설쳤다.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버벅대면 어쩌지. 이럴 땐 내향인인 내 모습이 못내 아쉽다. 휴가로 인해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오전에 회사에 출근한 뒤 집에 돌아와 북토크 장소인 '호화맨션'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나 님을 비롯한 이미 도착한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쭈뼛쭈뼛 선물로 가져간 빵을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내 앞엔 너무나도 예쁜 장식이 꾸며져 있었고, 뒤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정성이 가득 담긴 곳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을지 생각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했다.멀리 광주와 대구에서까지 외주신 분도 있었다.
시간이 다 되었고, 참가자 분들이 모였다. 이번에 참여한 분들 모두 글로 맺은 인연이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보나 님의 진행하에 첫 순서는 나를 소개하기였다. 그냥 말로 하는 것이 아닌 닉네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였다. 내 앞에 놓인 색연필의 존재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완성한 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였다. 그림 안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언지 담겨있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 사이에 맴돌던 어색함이 한 꺼풀 벗겨져 그 안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다음 순서는 그간 내가 출간한 책이 작은 종이로 만들어져 그 안에 적힌 질문에 관해서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출간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책을 꾸준히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책을 출간하고 삶이 바뀐 것이 있는지, 출간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가장 애착이 가는 책과 내용을 바꾸고 싶은 책은 무엇인지, 출간을 통해 도모할 수 있는 일 등등 하나하나 소중한 질문들이었다.
책을 낸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없다. 하얀 백지위에 점을 찍 듯 단어와 문장을 채워 글을 만들고, 그 글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고, 종국에 책으로 만들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매일 글을 썼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고, 브런치에 쓰고, 기사에 쓰는 등 어디든 썼던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말하며 구성 중인 다음 책까지 소개하게 되었다.
참여형 북토크란 취지에 맞게 이어진 순서는 각자 질문을 뽑고, 그에 관한 답을 본인이 하는 것이었다. 갈수록 내 이야기보단 듣는 것이 즐겁다. 그의 말 안에는 그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질문 대부분이 책과 글이었다. 일상을 살아가며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을까. 결이 같은 사람과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한 뼘 아니 두세 뼘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롤링페이퍼를 하며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예정되었던 두 시간은 이미 지나 세 시간이 다되었다. 참여하신 분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꽃다발을 받고 어쩔 줄 몰랐다. 출간 축하 노래를 부르며 세상 부끄럽게 촛불을 껐다. 단체 사진을 찍고, 즉석 사인회가 열렸다. 북토크에 와주신 고마움과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그 안에 담았다.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한 분 한 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집에 도착해서도, 씻고 누워서도 좀처럼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살아온 삶 속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지치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아 힘을 얻을 수 있는 추억 하나를 새겼다.
이 모든 행사를 준비해 준 블리보나 님과 장소를 제공해 주신 명모 님, 그리고 먼 지역에서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준 소중한 글벗 모두 고맙다는 말로 단어로 담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날이 꼭 오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여태껏 책을 내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는데, 책을 내고 나서의 더 큰 행복이 찾아온 평생 기억될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