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새벽의 바람
사라진 아침잠은 조기출근을 부른다
아침잠이 사라진다. 눈 뜨면 종종 지나친 새벽이다. 눈을 꼭 감고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잠을 청해 보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만 진다.
잠시 뒤척거리다가 침대 밖으로 못내 발을 뺀다. 발길은 화장실로 향해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며 잔 잠을 떨궈낸다. 살짝 허기진 게 뭐라도 있으려나. 괜히 식탁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뭐라도 있는지 살핀다.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글이라도 써볼까, 책을 읽어볼까 해보지만 그저 생각으로 머문다. 이른 새벽은 밤새 녹슨 뇌를 깨우긴 이르다 막 합리화를 하면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식탁 서랍에서 약을 꺼내 각각 성질이 다른 두 가지를 먹고, 가방 속 알약을 찾아 눈에 넣는다. 늙어가는 몸은 이래저래 귀찮은 법이니. 하나의 질병이 나타날 때마다 약으로 돌려 막는 식이다. 그러니 점점 늘어날 수밖에. 이러다 죽고 나서 몸이 썩지도 않는 거 아냐 하는 오싹한 상상에 몸서리친다.
한산한 지하철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특권을 준다. 매번 콩나물시루 같은 공간 속에서 숨이 턱 막히다 쾌적한 공간이 주는 호사를 누린다. 여유롭게 출근길 글쓰기도 할 수 있고.
조기 출근은 썩 괜찮다. 우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타서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요함 속에 못다 한 일을 시작한다. 나를 찾는 사람도, 전화도 없기에 일의 효율은 상당하다. 때론 이 시간을 일부로 찾기도 한다. 일 중엔 고요히 처리해야 할 것도 있기 마련이니.
적당히 마무리하면 근처 빵집으로 향한다. 아침은 밥도 국도 면도 있지만 그중에 으뜸은 빵이 아닐까. 이제 막 나와 따스히 보드라운 식감이 참 좋다. 그중 으뜸은 크루아상이 다. 은은한 버터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질 때 거짓말 조금 보태 삶이 참 행복하다 느낀다.
이윽고 하나 둘 동료들이 출근한다. 적막은 이내 깨지고, 시답잖은 농담으로 내가 이들과 일원이란 영역 표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저 오늘은 어제 보다 덜 고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서.
일과 시작부터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아차차 취소. 조금만 더 힘들기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