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Sep 06. 2024

8월 행복일기 키워드는 '만남'

8월 행복일기 리뷰

8월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업무 특성 상 출장이 많은지라 어떨 땐 사우나에 있는 듯 온몸이 땀으로 다 젖기도 했다. 자칫 이럴 땐 푹 가라앉은 기분으로 종일 보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나에겐 적어도 하루에 한가지 이상은 행복을 찾아 기록하는 '행복일기' 프로젝트가 있기에 그런 중에도 기쁨, 환희, 설렘의 순간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8월의 키워드를 한가지만 꼽자면 '만남'이다.


8월  첫 주는 운동으로 시작했다. 몹시 더운 날 그래도 퍼지지 않고 버틸수 있었던 건 올해 초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헬스 덕분이다.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단단한 체력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몸이 건강하니 마음까지도 덩달아 맑아졌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드ID, 추억바라기 작가님과 만남을 가졌다. 오롯이 '글'을 통해 만났고, 또 '글'을 통해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시대를 지나왔고, 남편과 아빠, 그리고 글을 사랑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다. 이번에 출간한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기념 파티를 겸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8월 둘째 주는 고대했던 여름휴가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마음의 고향같은 문경에 도착해서 하룻밤 보내고, 장모님을 모시고 울진으로 향했다. 덕구온천으로 숙소를 정하고 종일 온천수와 함께 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근 바닷가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더위 속에 지친 몸과 마음도 다스렸다. 딸과 둘이서만 보냈던 스파월드는 예전 기억을 소환했고, 아침 일찍 홀로 등산하다 만난 계곡은 지금도 꺼내보는 행복의 조각이다.

8월 셋째 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적응하는라 버거웠다. 더구나 매년 진행하는 비상훈련까지 겹쳐서 긴장감과 더불어 피곤했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과 새롭게 우리 곁에 찾아온 천사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책을 출간하고 첫 북토크가 열렸다. 온라인 매일글쓰기를 통해 오랜동안 알고 지냈던 블리보나님의 주도로 글벗들이 모여 단연코 올해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호화맨션'이라는 멋진 공간에서 참여형 북토크란 주제에 맞게 글과 책에 관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갈수록 어렵지만 이때만큼은 더할나위 없이 편하고 좋았다. 분명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주파수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처남네가 천사를 세상으로 데려왔다. 예정시기보다 일찍 나왔지만 건강하고 무엇보다 세상 순하고 예뻤다. 처음으로 실물을 영접했는데, 이렇게 울지도 않고 낮가림 없는 아가는 처음 보았다. 아기멍이란 이런걸까.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눈치없이 빠져들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가족은 내내 천사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주말엔 아버지 생신을 했다. 인근 고깃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우리 집에 들어 조촐한 축하 파티를 했다. 아버지가 되고 나서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땐 무섭고 늘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애뜻하고 고맙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 가끔 아버지의 눈빛을 바라보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뵙는 일이리라.

8월의 마지막 주는 연이은 출장으로 바빴지만 좋아하는 후배과 함께여서 중간에 시원한 카페에서 차도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럴 때'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 훌쩍 넘는 차이임에도 거리감 없이 편하고 좋으니 말이다. 물론 전적으로 내 생각이고 그 친구가 어떨지는 쉽사리 단정짓기 어렵다. 그래도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

오래간만에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을 만났다. 이수역 인근에 있는 '레몬그라스타이'라는 태국 음식점인데 미술렝 별점도 받은 곳 답게 시키는 음식마다 정말 맛있었다. 동료 중 한 명이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이 넘친다고 했는데 몸소 체험했다. 음식을 먹으며 옛 추억도 되새김질하고 현재 사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창 바쁘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기에 이렇게 시간이 흘러 보아도 활짝 웃으며 만날 수 있으리라. 다들 비주류이기에 2차로 인근 카페에 가서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찾아왔다. 여전히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겠지만, 그 속에서 행복의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삶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 나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