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독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중독심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다
작년 초였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퇴직 후에 무얼 먹고살아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은 명확하지만 그것이 생계와 연결될지 의문이었다. 고정 수입이 필요했다. 그때 한줄기 빛처럼 자격증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하던 직무와도 연결선 상에 있었고, 취득하면 활용도가 상당히 높을 듯했다. 다만 연수원 교육과 시험, 실제 상담과 심리검사, 사례발표와 슈퍼비전까지 일을 하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된다는 못 말리는 행동력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여름에 연수원에서 합숙 교육을 받으며 첫 번째로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 실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로서 활동하는 강사진의 강의는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보통 교육을 받으며 어느 순간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내내 집중해서 들었다. 다행히 관련 석사 전공을 했기에 필기시험은 면제였다.
회사로 돌아와 내담자를 선별했다. 동의서를 꺼냈을 때 흔쾌히 본인 이름을 사인하는 모습에 일단 안도했다. 업무에 임하는 내 마음도 달라졌다. 심리검사를 통해 그들이 가진 문제를 좀 더 내밀하게 알게 되었고, 구체적인 목표 설정으로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함께 자격증을 준비하는 동료들과 팀을 만들어 수시로 의견을 교류하며 힘을 냈다. 서로 과가 달라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이에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자주 나누며 부쩍 친해졌다. 다행히 사내에 전문가가 있어 슈퍼비전을 부탁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빠듯한 일정에 사례 정리를 하며 차근히 준비해 나갔다.
서로 일정이 달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으나 퇴근 후까지 활용해서 사례발표와 슈퍼비전을 모두 완료했다. 어느새 연말이 되었다. 학회 측에서 요청한 서류 제출 기한 안에 자료를 제출했다.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자를 확인하곤 만감이 교차했다. 최종 심사가 끝나고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발견하곤 어찌나 뿌듯한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며칠 전 자격증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관사에 있느라 우체통에 있는 걸 아들에게 집에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실물을 보고픈 마음을 간신히 참고 집에 가는 날 드디어 갈색 봉투를 뜯었다. 그제야 실감이 되었다. 내 안의 실행력에 어깨를 토닥거리며 한참을 들고 보고 또 보았다.
앞으로 이 자격증이 나의 바람 되어 노후준비가 될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길을 만들어 주리란 믿음은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갈고닦아 나갈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