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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Mar 22. 2019

하나. 김치전골에 골이 난 우리 부부

아프지 말자, 우리!

어제 #점심식사 는 참으로 훌륭했다. 집에서 뚝딱 만들어낸 #김치전골 치고는 너무나도 맛집 분위기가 물씬 풍겨났으니 말이다. 보관하고 있던, 너더리(제주방언으로 국거리용 생선 재료)와 김치를 넣고 끓인 것이 그리도 맛나니 말이다.


덕분에 하루를 든든하고, 기운차게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의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지만, 음식은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주었다. 함께 웃고, 즐거웠으니. 서로에게 날리는 쌍 따봉이 끝이 없었다는...^^


일은 어제 늦게 생겼다. 우리는 이런저런 일들로 일찍 잠을 청했다. 들어갈 돈이 버는 돈보다 너무 많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이었었다.(나의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화장실 변기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 와이프가 탈이 난 것이다. 간단히 먹은 저녁이 탈이 났을까? 점심이 문제였나? 한참 안타까워하던 그때, 나도 배에서 스르륵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난 왜 이러지?


음... 저녁은 안 먹었으니, 그럼 점심이 문제겠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더리가 냉동보관을 했지만, 좀 오래 둔 것 같은 기억이다. 타 지역의 마트에서는 보지 못했던 너더리는 제주에서 저렴하게 판다. 운이 좋으면 3-4천 원으로도 근사한 탕거리를 준비할 수 있으니. 하지만, 오늘은 너더리 때문에 너덜너덜해졌네.


다른 것보다 와이프의 건강이 걱정이다. 돈 걱정도 그 보다 앞설 수는 없었다. 제주 시골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와이프가 소그룹 요가 지도를 한다. 그래서 내일 있을 수업을 취소해야 하나 싶은 걱정과 안타까움이 한가득이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시골 동네분들 몇 분이 꾸준하게 찾아주시는 터라, 쉽사리 결정도 어려운 어제의 밤 시간.


자는 자리를 포근하게 바꾸고, 함께 손을 잡고, 잠을 청했다. 요즘 #제주 의 밤바람은 쉽사리 사그라들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곤했는지, 밤바람의 소리를 이겨내며 잠든 우리 둘.


지금 나는 오늘 이른 아침 요가 수업을 마치고, 힘들어 잠깐 잠든 와이프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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