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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Maker Jan 20. 2019

나와 제주를 알아가는 오름여행(feat.Q)

경로정보 크리에이터, 기뷰(giview)

Q를 오르다.


Q는 영어알파벳 17번째 글자로, 예수의 어록/위장선박/선회경로 등을 나타낸다.

다른 산들과 제주 오름의 특징 중에 하나는, 등반하다보면 그 경로가 Q의 모양을 그린다는 점이다.


오름의 생성원리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내용이기도하다.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폭발과 함께 퍼진 화산체들이 평지에 떨어지면서 생겨난 분화구형태의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즉, 물방울이 물표면에 떨어지면, 일어나는 현상처럼 정상의 가운데는 움푹가라앉고, 주변이 흙이 솟아오른 형태를 갖는 것이다.







아부오름, 출처(visitjeju 홈페이지)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ONT_000000000500407


즉, 출발지부터 정상까지 오른 후, 정상의 둘레길을 돌다보면 그 경로는 흡사 알파벳 Q와 같아지는 것이다(물론 모든 오름이 그렇지는 않다). 제주에 산지, 이제 2년하고도 7개월이 지나가는 동안, 다녀본 오름 중에 많은 오름들이 그런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된 계기는 쉽지는 않았다.



나는 가치에 관심이 많다. 형태는 없지만, 의미는 갖고 있는 것. 그래서 없는 것 같지만, 매우 소중한 것.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찌보면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치는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다. 육지에서 10년 넘게 일을하면서 가졌던 많은 궁금증 중에 하나는, 내 가치는 어디에 있고, 누가 알아주는가 였다. 일하는 기계, 실적으로 평가받는 레벨사회, 나는 높은 연봉과 실적으로 가치를 대리평가 받고는 있었지만, 정작 나라는 존재는 평가제외대상이었다.


연봉과 실적이 나의 가치일까?


그러길 10여년이 지나면서, 나는 나의 가치, 평범한 사람들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공유할 수 있을까에 빠진다. 그 결과, 내가 존재하는 위치, 이동하는 경로, 시간들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출퇴근하고 움직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면 나를 위해 여행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갖는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나의 움직임과 경로는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그것은 나의 이야기를 담고, 나의 가치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만들 수 있을까? (참 추상적이고, 해괴한 질문이었다)


위치와 경로와 시간, 그것은 곧 모든 가치가 갖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그리고, 질문을 품고 살다가 제주에 내려온 지 2년만에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 경로를 만들자! 우리가

움직이는 경로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가치를 담는 것이다. 그러기에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만들어냈다. 나의 경로를 만드는 일을.


여기서 다시, 오름으로 돌아가보자. 오름의 Q를 확인해보면,


우진제비오름, 백약이오름, 아부오름을 걸었던 경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형태는 Q를 닮았다. Q의 경로를 따라 걸으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고, 소중한 가족과 고사리도 채취했으며, 어느 날은 싸우기도 했었다. 그 날의 기억은 머리속에 남았지만,

다시 가려면 시간과 돈을 준비하고, 여러 관계들을 정리해야 한다. 경로를 만드는 일은 시간, 돈, 관계를

아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나의 Q는 이렇게 찾았다.



Q는 알파벳 17번째 글자로, 일반적으로 위장선박, Q자형 선회, 성서비평의 자료(예수의 어록) 등을 의미한다.


위치, 경로, 시간은 무형의 개념으로, 가치를 설명한다. 즉, 숫자로 평가받는 현실의 나로 위장한 가치일 수 있으며, 그 가치가 움직인 경로이다. 오름의 형태에서 찾은 Q는, 내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Q모양의 오름을 걸어보세요.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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