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솝 우화 너머의 이야기 [공연]

그늘진 땅을 숲이라 한다면, 우리가 사는 빌딩으로 가득한 이곳도 숲이다

by hsirehc
그늘진 땅을 숲이라 한다면, 우리가 사는 빌딩으로 가득한 이곳도 숲이다
여전히 짐승들이 살고 있는,
성공한 작가 이솝, 그리고 그를 찾아온 여우가 들려주는 이 숲의 우스운 이야기들.


20230824194229_lqngloyy.jpg


<이솝우화: 짐승의 세계>는 ‘이솝의 우화 제작기’ 혹은 ‘제작비화’를 담아내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연극이다. 처음 시놉시스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웃음과 교훈을 주기 위한 부조리극 형식의 우화로 작성되었고, 우화의 한 주인공인 여우와 작가의 만남을 축으로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를 푸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솝우화: 짐승의 세계>는 ‘이솝의 우화 제작기’ 혹은 ‘제작비화’를 담아내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연극이다. 처음 시놉시스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웃음과 교훈을 주기 위한 부조리극 형식의 우화로 작성되었고, 우화의 한 주인공인 여우와 작가의 만남을 축으로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를 푸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었다.


극은 성공한 작가의 이솝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그의 옆에는 칠판이, 뒤편으로는 ‘여우와 두루미’,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달에 간 까마귀’ 포스터가 나란히 붙여져 있다. 각 포스터들은 어떤 이솝 우화를 다룰지, 연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로 위치했다.


20230824194512_mxulasqv.jpg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각 챕터는 언어유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우의 이름이 탄생하게 된 이유는 여우가 울 때마다 옆에서 “여! 우냐? 여어~ 우냐고!” 라고 불리어서 여우가 되었고, 헬스장이 공간적 배경인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복부비만이 있는 ‘배가 짱’ 많이 나온 인물이라 ‘베짱이’다.


언어유희를 통해 극을 구성했다는 점이 신선했고, 어리석은 짐승들(이지만 결국 우리 인간들의 모습인)의 이야기이기에 무거워질 수 있는 공연을 언어유희를 통해 가볍게 만든 점에서 매우 유연한 연극이라고 느꼈다. 언어유희를 극의 내용과 이어지도록 적극 활용하지 않은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를테면 <여우와 두루미>에서 여우는 이름의 기원부터가 그렇듯, ‘운다’라는 속성을 끌어안은 캐릭터이기에 자연히 관객은 ‘감정’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하게 되지만, 이러한 기대는 해소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여~우냐?’란 소리를 듣던 여우는 왜 그토록 자주 울었는지, 그리고 다르지만 또 같아서 끌렸던 두루미와의 감정 교류 통해 그는 어떤 여우가 되었는지 등과 같은 감정적 서사 연결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이후의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본 극은 물음표를 던지는 공연이다.결말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에게 생각할 지점을 주고, 인간의 모습을 ‘짐승’에 빗대 표현하여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짐승의 세계는 이솝우화를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한 공연이고, 이러한 시도를 가장 잘 드러낸 챕터는<달에 간 까마귀>다. 이 공연에서 다뤄진 노래 ‘지금을 살잖아요’ 속 가사는 매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내일이 없어도
지금을 살잖아요
그대와 함께한
이 순간을 말해요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
굳이 이유를 찾진 않을래
오늘만 살아가는
내게 실망했나요
이게 내 모습인 걸
진심은 다했어요
무얼 해도 우스운
어긋난 이곳에서
아무 걱정 말고서
기쁜 춤을 출래요

지금을 살잖아요 - 이한빛


무얼 해도 우스운 어긋난 세계, <이솝우화 : 인간의 세계>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