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날 투어
오늘은 축구 관람하기 전날 아스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투어를 하기로 했다
경기장이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날은 흐리지만 날씨가 내가 딱 좋아하는 날이다
많이 춥지 않은 살짝 쌀쌀한 날씨 딱 청승떨기 좋은 날씨다
청승맞은 발라드들을 흥얼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경기장 앞에 도착을 하였다
경기장을 겉에서 돌아다니며 구경만 해도 볼것이 꽤나 많았다
경기장을 잘 꾸며 놓았는데 경기장 벽면에 꽤나 큰 그림들을 일정한 간격마다 그려놓았다
그 그림들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전 세계의 아스널 서포터스의 현수막이 모여 있는 것이었다
한국의 서포터스는 특별했는데 우리는 잠들지 않습니다라는 글귀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동상들이 있었는데 그중 왕 중의 왕인 앙리의 동상이 가장 멋있었다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는 동상이었는데 멋있었다
스타디움 투어는 셀프 투어로 이루어졌다
태블릿 가이드를 들고 투어를 하면 되었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내 마음대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1층과 2층의 부자들이 가는 곳이었다
레스토랑이 있고 그 옆의 문으로 나가서 축구를 볼 수 있었다
자리도 편안하고 축구 볼 맛 날 것 같은 곳이었다
다음으로는 내려와서 어웨이 드레싱룸을 갔다
굉장히 아무런 특색이 없는 깔끔 그 자체의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선수들이 타는 페달 머신도 타 볼 수 있었다
탈 때는 별로 안 힘들었는데 타고나서 걷는데 다리가 슝슝 나가는 기분이었다
홈팀 드레싱룸으로 가니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꽤나 잘 꾸며 놓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적하게 구경해 볼 수 있었다
아스널이 참 이쁘게 디자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타 감독의 감독실을 가봤는데 넓고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인상적인 곳은 몸을 푸는 트레이너 실이었는데 이제까지 봐온 곳 중 가장 많은 안마 침대가 놓여 있었다
몸 푸는 것에 진심인 모양이다
이제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는 터널을 통해 나가 보았다
선수들이 앉는 자리에 앉아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위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와있었다
아무래도 몰리는 시간대가 있는 모양이다
조금 일찍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다음 코스는 프레스룸이었다
각각의 언론사들을 위한 작은 방이 있었고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니 독서실 같은 책상이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추측으로는 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했다
이렇게 스터디움 투어를 마쳤다
다음으로는 박물관을 다녀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제까지 본 박물관중 가장 형편없는 박물관이라 할만했다
구단 규모에 비해 박물관의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첼시도 규모가 큰 건 아니었지만 괜찮다 느껴졌던 건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는 생각이다
아스널은 역사가 긴 만큼 보여주고 싶은 건 많겠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박물관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크게 관심이 갔던 것은 내가 축구를 열심히 보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그 당시 감독이었던 벵거가 20년이나 아스널에 있었구나 싶다
아스널은 벵거 이전과 이후로 그 역사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아스널 팬들은 벵거 감독을 사랑하는 것으로 보였다
박물관을 나와서 팀 스토어로 향했다
다양한 제품이 마련되어 있었다
꽤나 이쁜 제품들이 많았지만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숙소가 멀지 않기에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을 하기로 했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내셔널 갤러리로 가기로 했다
런던은 그래도 무료로 전시하는 곳이 많아서 좋은 것 같다
저번에 해리포터 동상을 찾으러 갔던 레스터 스퀘어 역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역시나 이곳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를 하고 있었다
역시 음악의 존재 유무는 분위기를 확 바꾸는 것 같다
내셔널 미술관의 입구에서 줄을 섰다
미술관 입구에서 바라보는 트라팔카 광장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바람이 많이 부는지 광장 분수대의 물이 나한테 까지 날아왔다
줄이 점점 줄어드니 저 멀리에 빅벤도 보인다
미술관에 입장을 했다
내부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들을 보기에 아주 편안한 밝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 빛의 반사로 인해 작품들이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곳은 빛의 반사 때문에 감상에 어려움이 있던 작품이 없었다
굉장히 빛을 잘 쓰는 미술관이다 싶었다
나는 작품들을 볼 때 그 안에 스토리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제일 처음 관심을 가진 작품은 폴 들라로슈의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라는 작품이었다
실제 레이디 제인 그레이라는 잉글랜드 여왕의 이야기였다 즉위한 지 9일 만에 폐위가 되고 17세에 처형을 당했단다
이 상황을 마주하는 각각의 인물의 묘사가 참 흥미로웠다
다음으로는 모리스 캉탱 드 라 투르의 Charles de Rohan, Prince de Soubise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샤를 드 론자유라는 백작의 권력과 위엄을 강조 하려 한 작품이란다
하지만 바닥에 부서진 갑옷과 투구 그리고 손으로 가리키는 지도로 인해 실패한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되었단다
의도와 다르게 놀리는 작품이 되어버린 게 재미있다
그리고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좋게 느껴졌다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듯 하지만 밝고 따뜻한 부분이 잘 보여서 좋은 작품들이었다
이 당시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받은 영향이 작품에 많이 반영된 모양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각과 고민이 많았겠다 싶었다
그다음으로 에두아르 마네의 멕시코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처형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제국주의 정책과 그 실패를 비판하는 작품이란다
프랑스에서는 이 작품이 싫었는지 이 그림을 금지했단다
결국 이 그림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단다
어쩐지 그림이 조각이 나있던데 이런 역사적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유럽 여행하면서 봤던 작가 이름 중에 있었던 거 같은 얀 스틴의 작품들도 있었다
두 작품이 있었는데 두 작품 다 여성의 술 취한 모습이 있어서 흥미롭다
주제가 방탕함의 결과라니 참 웃기다
반 고흐의 작품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이곳에서 고흐의 작품들을 보면서 왜 고흐가 유명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색감이 선명하면서도 애니메이션에서 본듯한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고흐만이 낼 수 있는 독창성이 짙게 묻어났다
고흐의 작품을 보고 나서 옆의 고갱의 작품을 보는데 왜 이렇게 작품이 약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가다 보니 베네치아의 반가운 풍경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 사이에 피에트로 롱기의 작품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 이외에도 엄청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다리가 점점 아파왔다
결국 배치되어 있는 벤치에서 꽤나 오랜 시간 쉬었다가 관람을 계속하였다
관람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가려는데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가방에 우비가 있었지만 입기에는 애매하다 생각돼서 안 입고 걸어 다녔다
생각보다는 비가 많이 와서 우비를 입을까 하다가 겉이 이미 꽤나 젖었길래 오늘은 맞아주마 하고 걸었다
목적지 없이 걷다가 버킹엄 궁전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겉에만 구경하자 했다
궁전 앞으로 거대한 공원이 있었다
이것에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있었다
분명 먹을 것을 주면 안 될 텐데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고 있었다
그중에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비슷한 동물이 와서 새들과 같이 먹을 것을 얻어먹고 갔다
버킹엄 궁전에 도착을 하니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건물과 앞의 조형물을 구경한 후에 원래는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 했는데 비가 오니 오늘은 일찍 숙소로 들어가자 했다
오랜만에 밖을 걸어 다녀서 그런지 좀 더 걸어 다녀야 할 것 같은 밤이다
남은 이틀간은 좀 열심히 걸어 다녀보자
2025.2.21
비가 주룩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