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생각

끝이 있기에...

by 이재민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를 보았다.

평소 영화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SNS에서 “몰입해서 봤다”는 글을 본 이후로,
이 영화가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영화는 요란하지 않다.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다.
잔잔하지만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줄거리를 말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참아보겠다.

이 영화를 두고 사랑 이야기나 외모지상주의를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이상하게도 죽은 이의 음악이나 글에는
우리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학창 시절 나는 유재하 님, 김현식 님, 김광석 님의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가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의미가 덧입혀진 노래를 들으며
내가 조금 더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한때 내 쇼츠 알고리즘을 장악했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연설도 비슷했다.
물론 그분은 분명 영향력 있는 분이셨다.
하지만 지금도 살아 계셨다면
이 영상들이 과연 지금만큼 마음에 와닿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죽음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까.

아마도 죽음은 끝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데렐라는 결혼이라는 마침표로 이야기가 끝난다.
만약 결혼 이후의 삶까지 동화에 담겼다면
그 이야기는 과연 해피엔딩으로 남았을까.

사람은 살아가며 아름다운 것도 보지만
솔직히 더러운 꼴도 많이 본다.
고상하게 살고 싶어도
세상이 가만두지 않을 때가 있다.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죽음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을
마음껏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 아닐까.

20년 전 남미 여행이 떠오른다.

여행이 항상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도둑을 맞기도 했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숙소는 불편했고,
베드버그에 물렸고,
수십만 마리의 모기에게도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아보면 그 여행은 좋았다.

왜일까.

여행에는 끝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
언젠가는 마침표가 찍힌다는 사실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크리스천이기에
이 생각을 신앙 안에서도 해본 적이 있다.

인생은 죽음이 있기에 더 진지해지고,
천국이 있기에 더 견딜 만해진다고.

종교가 없다고 해도
이 고단한 삶에 마침표가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끝이 있기에 우리는
조금 더 진심으로 살고,
조금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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