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재미
요즘 학원을 다니고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개발자 과정이다.
처음에는 파이썬을 배웠다.
그다음에는 판다스와 파이플롯, 머신러닝을 배웠고
이어서 데이터베이스 SQL을 배웠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HTML을 배웠다.
이 모든 일이 한 달 사이에 일어났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4월 중순이 되어야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데,
그때까지 또 얼마나 배우게 될지 모르겠다.
오늘은 배운 HTML로 실제 사이트를 만든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복습을 했다.
사실 수업을 들을 때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전까지 배웠던 것들은 수학 문제를 푸는 느낌이었다.
배운 것을 응용해 답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분명했고,
맞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HTML은 달랐다.
그냥 정해진 것을 입력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별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복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페이지를 하나씩 채워가며
‘이걸 이렇게 쓰면 어떻게 보일까’
혼자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눈에 보였다.
코드를 쓰면 화면이 바뀌고,
조금 수정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창작을 하는 재미를 느꼈다.
아직 기초 단계이고 어렵지도 않다.
그런데 분명한 건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 작은 흥미가 괜히 반가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울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서 배우기 힘들다고들 말한다.
그 말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다.
물론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시는 덕도 있겠지만,
주변의 어린 친구들을 보며 느낀다.
결국 노력하는 만큼 따라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 느낌이 든다.
그 감각이 꽤 즐겁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왜 더 어렸을 때는 이런 재미를 몰랐을까.
공부를 잘했던 놈들은
나만 빼고 이런 재미를 알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공부가 싫어서 공부하는 척만 했고,
그렇다고 노는 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을 보냈다.
어렸을 때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삶은 대충 살아도 유지될 거라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평범함조차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 위를 미끄러지듯 떠 있는 오리도
물속에서는 계속 발을 움직이고 있다.
멈추는 순간, 떠 있을 수 없다.
이제는 ‘평범한 삶’이라는 목표를 굳이 붙잡고 싶지는 않다.
그저 지금처럼 흥미를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만나면
이유부터 따지기보다는
한번 즐겨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중간하지 않게,
적어도 내가 배우는 순간만큼은 뜨겁게.
요즘 나는
조금씩 재미를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