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서 오나
요즘 학원을 갈 때 도시락을 싸간다.
도시락의 구성은 항상 같다.
닭 안심과 떡갈비, 그리고 야채와 햅반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에어프라이어를 켠다.
냉동된 닭 안심과 떡갈비를 넣어두면
15분 정도면 먹을 수 있게 익는다.
원래는 하림에서 나오는 양념된 닭 안심을 자주 샀다.
염지가 되어 있어 간도 적당하고 꽤 부드럽다.
하지만 쇼핑을 할 때마다 고민이 된다.
100g당 가격으로 계산해 보면
양념된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비싸다.
고민 끝에 이번에는 양념이 되어 있지 않은 닭 안심을 샀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미리 염지를 하지 않으면 닭 안심은 꽤 퍽퍽하다.
괜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닭가슴살에 질리는 것이 아니다.
전날 밤에 미리 염지를 해두면 좋겠지만
저녁이 되면 까먹거나 귀찮아진다.
이틀 정도 퍽퍽하고 간이 속까지 들어가지 않은 닭 안심을 먹었다.
밥은 먹었지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배는 찼지만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행복의 수치도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그냥 양념된 제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족감과 행복은 꽤 가까운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여행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정처 없이 걸어 다니는 것이었다.
그 도시의 골목을 돌아다니고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묵었던 숙소 근처는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거리임에도
늦은 시간에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6시쯤 밖으로 나갔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골목에서는 불쑥불쑥 부랑자 같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괜히 등골이 서늘해졌다.
바람도 꽤 강하게 불었고
익숙하지 않은 모스크의 소리는
묘하게 스산하게 들렸다.
그 순간
여행이 그렇게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 속에서는
여행의 만족감도 같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여행의 행복은 거창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만족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전한 거리에서
아무 걱정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은 여행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행복이라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대단한 일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식사가 만족스러웠다거나
마음 편히 걸을 수 있었다거나
그런 소소한 순간들에서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다.
행복은 생각보다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