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감기가 끈질기게 내 몸에 붙어 있다.
설날 즈음, 목 안쪽이 붓는 느낌이 든 이후로
나을 듯 말 듯 하며 은근히 나를 붙잡고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나를 잊지 말라는 듯
콧물을 풀게 하거나 목을 간질이게 만든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봄이 왔구나 싶었다.
그런데 3월 2일인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비 때문인지 공기가 서늘하다.
그 서늘함과 함께 감기도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괜히 선제 방어를 하듯 약을 찾게 만드는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비도 오고,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었다.
자유 시간이 길어지자
내 안에서 불쑥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올라온다.
이제까지 건강한 루틴을 잘 지켜왔잖아.
오늘 하루쯤은 조금 풀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유혹은 집요하다.
오늘따라 유독 빵 종류가 먹고 싶었다.
배달 앱을 켰다 껐다 하며 한참을 망설였다.
가격이 비싸 보여 닫았다가,
문득 땡겨요라는 어플이 할인 많이 해준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웰컴 쿠폰과 자체 할인으로 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
거기에 지역화폐 결제로 약간의 할인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피자를 주문했다.
시키지 않았다면 굳었을 돈이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도 합리적인 소비였다고.
막상 받아서 먹으니
맛은 있었지만 마음이 썩 가볍지는 않았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돈과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칼로리를 함께 삼킨 느낌이었다.
내가 그리는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지겹게 예전의 습관들이 따라온다.
마치 떨어지지 않는 감기처럼.
완전히 떼어내지는 못해도
오늘은 저녁을 먹지 않는 습관만은 지키기로 한다.
작게라도 균형을 되찾는 방식이다.
오늘 밤은 감기약을 먹고 푹 자야겠다.
감기든 유혹이든
내일은 조금 덜 붙어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