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깬 호텔에서
남아공에는 잘 도착했다
요하네스버그인데 꽤나 위험하단다
벌써 나는 겁을 먹었고
분명 샌톤이라는 안전하다는 지역임에도
살짝쿵 긴장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 조금 아픈 거 같다
지금 시간 3:37인데
어제는 일찍 10시쯤 자서 2:30쯤 일어났으니
황금시간에 잘 잤다
그래서 시차적응 때문에 힘들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새벽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 같다
물론 제대로 즐겨 본 적은 없지만
왠지 그런 거 같다
그냥 고요함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센치함?ㅋㅋ
여하튼 어제 자기 전에 요하네스버그 투어를 신청했다
그냥 혼자 안전하다 생각할만한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에 갈까나 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근데 혼자 돌아다니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워낙 안 좋은 여행 평들이 많아서 ㅋㅋ
시작부터 탈탈 털리고 시작할 마음 없으니
조금 안전하다는 케이프 타운에 가서나
자유롭게 다녀볼 생각이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을 잘 안 세우고 와서
일단 온 것에 만족한다
그다음에 주어지는 즐거움은 보너스 개념이다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지만
계획적인 J가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하기에
즉흥적인 P에 머물러 보기로 한다
어제는 비행기만 18시간을 탔기에 도착해서는 좋은 것을 먹기로 다짐을 했었다
사실 두 번의 비행기에서 두 끼씩 네 끼를 싹싹 긁어먹어서 뭐 안 먹어도 되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으니까
만델라 스퀘어에서 티본스테이크 먹었다
처음 먹어 봤는데 맛있긴 하더라
트럼프 와인 한잔에 스테이크 사치 좀 부렸다
근데 가격이 착하다
한국에서 안 먹어 봤지만 무조건 십만 원 넘을 텐데
이것저것 추가하고 팁까지 줬는데
오만 원 안쪽이라니 좋다
저렴하게 부자체험 하는 거 같아 좋다
여기 남아공이 빈부격차 1등이라던데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만큼 심하다는데
지금은 부자들만 봐서 비교는 못하겠다
그래서 지인한테 숙소랑 풍경 사진 보내줬는데
부산 아니냐고 놀리더라
비싼 돈 주고 아프리카 와서 그런 이야기 들으니 마음이 안 좋을 만 하지만 그래도 반박은 못하겠다
웃겼다
사실 크게 기대 안 하고 왔다
그냥 남들 안 가본 데 가고 싶었으니까
어쩌면 떠남이 목적이 아니었을까
혼자 있는 건 익숙하다
외동아들이고 부모님은 맞벌이 셨으니까
불 꺼져 있는 반지하의 집에 익숙하게 잘 적응했다
그럼에도 더 고독하고 싶은가 보다
근데 또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참 이중적이야
호텔에 비치되어 있는 어메니티로 머리를 감았더니
비듬이 떨어진다
머리 다시 감아야겠다
귀찮지만 침대옆에 켜 놓은 조명으로 보이는
새하얀 침대 위의 각질은 보기 싫고
은근히 간지러운 것도 싫다
오늘은 가이드 끼고돌아다니니까 요하네스버그의
다양한 모습 보고 싶다
요즘은 생각해 보면 여행하기 참 좋다
나라마다 가서 유심사서 넣고
구글 지도 키고
번역기도 있고
투어도 핸드폰으로 딸깍하면 끝이다
문명이 발달해서 그 문명을 누릴 수 있다는 거 좋다
생각해 보면 참 축복받았다
여행할 수 있는 자금이 있고
시간이 있고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여행할 정도가 되고
어쩌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겠다
요즘 애니메이션 이세계물이랑 먼치킨물 재밌어하는데 어쩌면 이 여행도 누군가에게는 애니메이션 같을지도 ㅎㅎ
새벽에 깨서 생각나는 대로 글 쓰는 중인데
지금은 4:13이다
그래도 쓰는 글의 내용이 부정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물론 도착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떨거지들이 있어서 팁으로 4달러 주고 털어 냈지만
그래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의 여행도 너그러움과 여유와 웃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2024.11.2
자다 깬 호텔 이불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