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이불속에서
오늘은 이집트 하면 생각났던 곳 중의 하나인 아부심벨을 다녀왔다
이곳을 왜 알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큰 석상 네 개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어렸을 적 좋아했던 그랑죠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본듯한 이미지여서 더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보통 아스완이라는 도시에 베이스캠프를 잡고 당일 투어로 아부심벨을 다녀온다
좀 더 여유롭게 관람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부심벨 동네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머물다가 관람객이 없는 시간대에 방문하기도 하는 것 같다
투어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되었다
4시부터 사람들을 픽업하고 5시가 되어서야 출발을 했다
9:00쯤 아부심벨에 도착했으니 4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길은 처음에는 좋았지만 아부심벨 거의 도착해서는 길이 급속히 안 좋아졌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단련된 도로 적응력으로 이 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에 비하면 이집트의 길은 정말 좋다
도착을 하여 관람을 하는데 역시나 관광객이 많은 시간이어서 정신이 없다
이집트 하면 호객꾼들이 심하다 하는데 생각보다 이집트 별거 없다
물론 호객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털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사람들이 그래도 순한 느낌이 있다
입구에서 십여분 걸어 들어가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로 거대하고 웅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맵 댓글들을 통해 이곳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남쪽에서 이집트 쪽으로 향하던 주변 나라의 사람들이 이 건축물을 보고 이집트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역할을 했단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이 당시에 여권을 이용했다니 주변국들에게 위상이 대단했던 나라였다는 게 느껴진다
람세스 2세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통치 기간이 긴 왕이었단다
그런 만큼 정력이 넘치는 왕이었던 것 같다
사랑이 넘치는 왕이었단다
이 신전에는 람세스 2세가 아내에게 꽃을 주는 그림이 그려져 있단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가이드가 사진으로 처음에 보여주었다
이 신전이 댐 건설로 물에 잠길 뻔했었단다
하지만 유네스코와 여러 나라들이 힘을 합쳐 이 신전을 70m 높은 곳으로 이전을 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옛날에 이걸 만들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이걸 옮겼다고? 이게 옮겨진 거라고?
옮겨진 티가 안 난다
새삼 놀랍고 놀랍다
사람들이 많을 때 와서 조금 아쉬운 것도 있지만 오히려 좋은 것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이 유적지의 대단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의 무리를 앞도하는 크기에 놀랐고 또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는 유명한 유적지에 나도 왔다는 게 좋았다
한국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가
나도 한국사람이기에 그래도 유명한 곳을 가보고 싶다
그래야 나 여기도 가봤어 할 수 있으니까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와야 한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을 좋은 선택이었다
오후 3시쯤 아스완에 다시 돌아왔다
아침으로 호텔에서 준비해 준 빵에 잼을 발라준 것을 먹으니 좀 기름진 것을 먹고 싶다
그래서 kfc에서 기름지게 먹으려고 갔다
그런데 주문을 안 받는다
앞을 보니 긴 주문서가 눈앞에 보인다
손님은 많이 없는데 이곳도 배달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서도 배달이 많이 상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배달하는데 kfc는 자체적으로 배달을 하는 모양이다
직원이 너무 정신없어 보여서 좀 더 멀리 떨어진 맥도널드로 왔다
좀 특이한 것을 먹고 싶었는데 메뉴를 좀 보려고 그러면 자꾸 화면이 바뀌고 아랍어가 튀어 나와서 그냥 만만한 빅맥을 먹었다
며칠 전에도 먹었지만 이 성의 없는 햄버거가 참 맛있다
카이로 보다는 소스를 많이 넣어주는 것 같다
감자튀김은 카이로 보다 소금을 덜 쳐주는 것 같다
오히려 좋다
먹고 난 이후에 조금 걸으면 로컬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배도 부르니 산책 겸 슬슬 걸어 시장을 구경했다
상당히 분위기 있고 볼 것도 많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가다가 길가에서 잡동사니를 파는 상인을 봤다
옷 중에 하나가 단추가 떨어진 지 꽤나 되었는데 실과 바늘을 사야지 했었다
실과 바늘을 들고 얼마야 그러니 100파운드란다
3000원 정도 금액이라 그냥 사도 되지만 하도 50-80%는 깎아야 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50? 이야기하니 안 먹힌다
그래 그냥 사자 그러고 샀다
나는 이런 거 참 못한다
그래도 이해할 만한 금액이라 좋다
상인이 기분이 좋았는지 사진을 찍잖다
생각해 보니 그 사람 핸드폰으로만 찍었네
사진 공유 좀 받을걸
아쉽다
좀 더 둘러볼까 했지만
슬슬 아랫배에 은근한 압박이 오는 것 같다
큰일이 생기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새벽부터 일어나 시작한 하루를 그래도 잘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일은 룩소르로 이동한다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24.12.24
메리크리스마스
https://youtu.be/ChQ1iS6dt1A?si=uvy7lqzr72Ax_-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