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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21)

by 이재민

어제 문의해 놓았던 연락이 새벽 1:10에 왔다

예약 관련 문서를 보내주며 24시간 전에 티켓이 안 오면 연락을 달란다

어이어이 이미 그 시간은 지났다고

결국 어찌어찌해서 2:20쯤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새벽은 엉망이 되었다

오늘 오후 늦게 일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음 힘들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축구 티켓은 대행 안 쓰고 직접 사야겠다

편하려고 수수료도 써가면서 맡기는 건데 이러면 곤란하다

특히나 as로마는 홈페이지를 아주 잘 만들어서 예매하는 게 아주 편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아주 돈이 아깝게 되었다

새벽에 정신이 든 김에 베네치아 숙소도 예약하고 축구 시간도 알아보았다

베네치아 경기장이 작고 특이하다는 걸 예전에 방송에서 본 것 같다

아직 예매는 못하는 것 같지만 가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누워서 애니메이션을 좀 보다가 4시가 되어서야 잠을 더 잤다

숙소에서 준 조식 쿠폰을 사용하러 카페에 다녀올지 말지 고민이 된다

느낌으로는 오후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결국 대충 옷을 입고 카페에 가서 빵 하나랑 카푸치노를 포장해 왔다

오후가 되어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갔다

넓은 공원이 맞이해 주니 괜히 기분이 좋다

30분 정도 일찍 갔는데 입장은 50분부터 할 수 있었던

가방을 꼭 맡겨야 한단다

겸사겸사 겉옷까지 맡기고 들어갔다

미술관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품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그림만 작품이 아니라 벽과 천장까지 집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 같았다

미술을 잘 몰라서 오늘 오기 전에 무엇을 봐야 하나 조금 찾아봤다

대충 쓱 훑어보면 20분이면 끝나지 않겠는가

그래도 한 시간 정도는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다들 베르니니라는 사람의 조각품을 칭찬하는 것을 보았다

베르니니라는 이름 하나 외워 갔다

이 사람이 만든 작품 세 가지 정도 본 것 같은데 문외한이 보더라도 섬세하고 표정이 살아 있어서 좋았다

구경을 하다가 어떤 한국분이 말하시는 걸 귀동냥했다

카라바조라는 사람의 그림 스타일이 어떤지 듣고 보니까 또 새롭다

이 사람의 그림은 검은 배경에 조금은 사람이 선명한 느낌이랄까

검은 바탕에 그리는 게 이 사람 특징이란다

어떤 작품은 소년과 어떤 여성이 나오는데 여성이 뱀을 밟고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여성이 뱀의 머리를 짓밟는 내용을 모티브로 그린 거란다

그런 의미를 들으니 또 재밌다

그림들이 마치 사진 같이 잘 그렸는데 자세히 보면 물감이고 또 살짝 깨져가는 듯한 느낌이 있다

확실히 그림이구나 싶다

가장 놀랐던 작품은 천장에 그린 그림이었다

큰 천장을 가득 채운 그림이었다

돔같이 둥근 천장에 그림을 그리어 입체감이 느껴졌다

작가가 그런 걸 의도하고 그렸을 생각을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많이 알아 가지 않았음에도 한 바퀴를 다 도는데 한 시간 20분이 걸렸다

아주 성공적인 미술관 나들이였다

원래는 조국의 제단으로 가서 야경을 볼까나 했다

쭉 걸어가는 와중에 내가 못 본 성당이 있다

검색을 해보니 로마의 4 대성당 중 하나란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다

유럽도 그렇고 아프리카와 남미도 여행을 하면 성당을 많이 보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우와를 연발하지만 조금은 비슷비슷한 모습이어서 나중에는 좀 지겨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가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

이탈리아의 성당들은 비슷한 구조를 지니지만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본 이 성당은 가운데 천장이 네모나고 돔이 아니어서 오히려 유니크했다

전체적으로 금색을 많이 써서 화려한 느낌이었다

다 보고 나니 5:30이었다

주변에 한인 마트와 한인 식당이 있어서 가보려고 했다

식당이 6시 오픈인데 괜히 길 막히고 그러면 싫을 것 같아서 마트만 들렀다

가서 구경을 하는 한국분들도 많이 들어오고 외국분들도 많이 들어온다

이번에 로마에 와서 느낀 건데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오신다

이제까지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월등히 많았는데 이탈리아만 유독 한국인이 많다

이 정도면 중국어 서비스 말고 한국어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데 싶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아직 한국이 더 발전해야 한다 싶다

중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는 있지만 한국어는 없는 경우가 많고 환전도 엔화는 있어도 원화 찾기는 힘들다

중국과 일본이 큰 나라였구나 싶다

더 발전할 공간이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어딜 가든 한국어 서비스가 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스타디오 올림피코에 도착을 했다

한인마트에서 닭개장 사발면을 처음 봐서 한번 사봤는데 자기네들끼리 이걸 가져가도 되네 안 되네 토론을 한다

어떤 사람이 오더니 뜨거운 물 어딨 냐고 물어본다

뜨거운 물 없고 여기서 안 먹을 것을 어필했다

잘 통과하였으나 그다음 관문이 문제였다

나폴리에서는 고프로가 문제가 없었는데 여기서는 못 가지고 들어간단다

여기 맡기고 들어가란다

괜히 불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고프로가 경기장의 선수를 찍는 데는 별로인 카메라인데 싶다

관중들을 찍기에 좋다

핸드폰 카메라는 되고 다른 카메라는 안 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즐겨야지

저녁을 안 먹어서 경기장에서 파는 파니니를 먹어보기로 했다

햄과 모차렐라가 들어있는 파니니였다

심심하니 고소했다

빵이 살짝 딱딱해서 꼭꼭 씹어 먹어야 했다

경기가 시작 될 때쯤 해서 경기장이 가득 찼다

요즘 감독이 바뀌고 난 뒤에 로마가 분위기가 아주 좋다더니 관중 동원력이 엄청나다

중앙에서 틀어주는 노래에 맞춰서 온 관중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아주 압권이었다

내 가까운 쪽에 제노아의 팬 구역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좀 불쌍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 응원을 제노아 쪽에서 리드한다

물론 내 쪽에서 제노아 쪽이 가깝기는 했지만 정말 열심히 응원을 했다

제노아가 한점 따라붙었을 때가 아주 볼만했다

아크릴로 막혀있는 벽에 손가락 욕을 해대며 도발을 하는데 아주 좋은 구경거리였다

결국 경기는 로마의 3:1 승리였다

경기가 아주 흥미진진했고 또 화끈했다

특히나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내일은 토리노로 이동해서 유벤투스와 밀란의 경기를 본다

전통적으로 강팀인 두 팀의 경기가 아주 기대가 된다

내일도 흥미진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5.1.17

새벽에 일어나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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