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마구마구라는 온라인 야구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 대해서는 너무나 할 말이 많다. 오랫동안 참 재밌게 즐겼던 게임. 친구들과 소리 지르며 환호했던 게임. 게임 속에서 너무나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했었던 게임. 마구마구에 대해 몇 가지 적어 본다.
이대호라는 홈런타자 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큰 몸집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야구선수로 말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게 그 선수 엄청 잘한다는 생각일 것일 텐데 마구마구에서는 잘하는 이대호도 있고 엄청 못하는 이대호도 만날 수 있다. 어떤 거냐면 이대호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에 드러서면서부터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대호가 많이 잘하진 못했다. 02년도의 이대호가 그저 그런 선수였다면 10이대호는 엄청난 선수였다는 얘기다. 마구마구에서는 저걸 카드라는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02이대호 라는 카드는 능력치가 별로다. 반면에 10이대호는 능력치가 엄청난 거다.
카드를 사면 그 선수를 경기에서 쓸 수 있다. 아 물론 다들 02이대호보단 10이대호를 사고 싶어 할 것이다. 여기서 게임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카드를 가지고 싶다. 이기고 싶다. 좋은 카드를 가지고 싶다." 라는 것들에서 마구마구는 재밌어졌다.
하지만, 단지 좋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아기자기한 대두의 머리의 마구마구 캐릭터들은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절대로 간단하지가 않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어떤 공을 어디로 던질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숙련된 유저가 던지는 공은 아무리 안 좋은 능력치를 가진 카드를 쓰더라도 요리저리 구석으로 유인하며 범타와 삼진을 유발해낸다. 그야말로 생각하지 않고 집중하지 않으면 농락당했다.
야구에서도 통용되는 왼손 투수는 왼손타자에게 강하고 왼손타자는 잠수함 투수에게 강하다는 식의 것들이 적용되어 있어 마지막 9회 때는 실제로 선수들을 서로 막 타임을 외치며 교체하기도 한다. 물론 이기기 위해서다. 지는 게 재미없는 건 세상이 태어나면서부터 늘 그랬다.
마구마구가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초창기에는 선수 카드를 사고 팔 때 게임 안에서 시스템으로 시장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거래를 위한 채팅방 같은 것을 만들고 그 안에 누군가는 팔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살 사람들 들어가면 흥정을 하며 얘기하다가 사고파는 방식이었는데, 나는 그때가 이상하게 그립다. 지금은 사고 싶은 선수의 카드에 대해 최근 거래가 얼마에 되어있는지 얼마에 올라와있는지 금방 금방 바로 볼 수 있는데도 이상하게 그때가 그리운 건 마치 편하게 언제나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것을 바로 볼 수 있고 살 수 있는 이 시대에 비해 소중한 것을 구하려면 발품을 더 팔아야 했던 옛 시대의 냄새가 나서 일지도 모른다.
마구마구는 나에게 그런 게임이다. 어릴 때부터 나와 친구들의 선망이었던 야구선수들을 만날 수도 있고 수집할 수도 있는 게임. 9회 말 친구들과 내가 지고 있는 게임에서 마지막 역전을 노리고 있을 때 내가 노리고 있는 방향으로 공이 와서 결국 홈런을 쳐 역전승을 해서 당시의 피시방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추억의 게임.
좋아한다. 재밌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하게끔 하는 게임은 살면서 거의 없을 텐데 오늘따라 한마디 그렇게 하고 싶어 지네요.
ps. 카드 살려고 헌혈해서 문화상품권 얻었던 얘기는 비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