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무 생각 없이 SNS를 보다가 아시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에 재미있어 보이는 자리가 떠있는 것이 보였다.
특이하게도 태국의 방콕에 글로벌 본사가 있는 회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예약 앱을 운영하는 회사였다 (태국에 본사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마침 써둔 적 있는 이력서를 보냈다.
사실 이직할 생각도 별로 없었지만, 꽤나 유명한 회사의 글로벌 본사의 자리이니 대우가 꽤 좋다면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넣어보았다.
그런데 당일날 바로 메일이 왔다.
"내일 저녁에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을까?"
화상으로 보는 면접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답변이 너무 빨라서 놀랐어! 물론 좋은 놀람이야! (It was a surprise that your reseponse is so fast! Of course it is a good surprise though!)"
하고 수락 메일을 보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진행에, 괜히 잠들기 전에 태국에서 집 값은 얼마나 하는지, 아이들이 갈 국제학교는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집값을 보니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 연봉이나 혜택이 있어야 갈 수 있을지 가늠이 되었다.
단순히 외국에 가고 싶어서 지원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만족할 만한 혜택이 아니라면 이직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약속한 면접 시간이 되어 화상 면접을 보았다.
면접시간은 약 30분 정도로 잡혀 있었고, 첫 번째 스크리닝 면접 (보통은 인사부서에서 1차적으로 지원자를 거르는 면접)이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가벼웠다.
나의 경력이나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질문들을 물어보았고, 실제 내가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했다.
워낙 잘 알고 있는 업무라 잘 설명을 했다.
면접관은 이어서 만약 이직을 하려면 회사에 통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태국으로 온다면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한지,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어봤다.
통상적으로 해외취업의 면접에서 있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희망 연봉을 물어봤다.
대개 해외 채용담당자들에게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글쎄, 현재 연봉보다는 더 받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내 연봉은 이 정도야.
당연히 미화 USD로 이야기해주었고, 화면 너머로 계산기를 좀 두드리더니,
"우리 예산하고는 좀 차이가 있겠는데."
나는 "얼마나?"
하고 물었다.
"솔직히 말할게, 생각보다 차이가 커. 여기는 아무래도 생활비도 적고 하니까 와서 충분히 살 수는 있겠지만 지금보다는 낮아져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생활비나 주거비 지원은?"
"일시적으로는 해줄 수 있겠지만 장기간 지원하기는 힘든 상황이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서로 이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헤어짐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혹시라도 더 좋은 포지션이 있다면 연락할게. 관심 갖고 있어 줘."
"그럼 언제든지. 대화해서 즐거웠어."
그렇게 통화 종료가 됐다.
1박 2일 동안 갑자기 해외 취업 과정의 시작과 끝을 순식간에 겪어 버렸다.
사실 해외취업을 대단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마찬가지로 회사에 지원해서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을 하고, 연봉협상을 하는 전체적인 과정은 똑같다.
그냥 해외 취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나도 너무나도 엉겁결에 겪게 된 1박 2일간의 해외취업 스토리를 한번 공유해본다.
잠깐이나마 코로나 시대에 정신적으로 태국 여행을 찐하게 다녀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