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왜 그런지 모르겠어.”
“회사가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말이야…”
여기서 말하는 ‘회사’는 과연 누구일까?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물리적 공간? 아니면 서류상 등록되어 있는 법인?
모두가 ‘회사’를 지칭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회사’와는 느낌이 다르다.
신입사원 시절 상사분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보통 회사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국 ‘회사’가 누굴까?”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다.
“우리가 회사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 그 불만은 무엇에 대한 것일까? 직속 상사? 그 위에 팀장? 아니면 그 위에 임원? 아니면 사장? 아니면 복리후생을 담당하는 인사부 사람들?”
생각해본 적 없는데, 생각해보니 참 ‘회사’라는 표현이 불특정 다수, 혹은 정말 실체가 없는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회사라는 것은 우리 자신이야.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 하는 거고, 내가 바뀌면 회사도 바뀐다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을 해야지.”
사실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맞는 말이다.
특히나 신입사원 시절부터 영업부서에 있던 나는, 거래처에서는 회사를 대표하는 영업사원이었다.
거래처가 우리 회사에 갖는 불만은 결국 나에 대한 불만일 수 있는 것이고, 나를 무르게 보는 것은 우리 회사를 무르게 본다는 것이 될 수 도 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내게는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중간 관리자가 되어 내부 직원들의 불만들을 듣기도 하고, 임원 분들께 직원들의 고충이나 오해를 알리고 바로잡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는 ‘회사’에 대해서 더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갖는 불만에서 ‘회사’라는 단어를 좀 더 구체적인 주어로 바꾸면 누가 될까?
보통은 회사의 대표가 ‘회사’라는 추상적인 개념체에 대한 불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들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제 하나하나 문제를 들여다보면 특정부서 관리자의 실언, 부서 조직 변화에 따른 불안감 등 굉장히 구체적인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개선하는 것에도, 누군가가 대신 이야기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네가 좀 얘기해봐.”
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직접 손들고 이야기해도 될 것을 누군가 얘기해주기만을 바란다.
“좀 바꾸지.”
본인부터 바꿀 수 있는 중간 관리자들 중에도 더 위에서 강한 조치를 취해서 바꿔주기를 기다리기만 한다.
중간 관리자 중 가장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팀원들에게
“위에서 시키는 것이라 어쩔 수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을 시킨다면 납득할 수 있도록 앞뒤 배경을 알아야 할 것이고, 본인이 납득한 대로 본인의 팀원들에게 이야기하고 납득시켜서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시키는 것”이라고 위쪽으로 책임을 회피한다.
그런다고 직원들이 윗사람들 책임이라고 생각할까?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스스로 목소리 내고 바꾸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겼는데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잘 못 생각하고 있거나, 나와 회사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목소리 내고 변화된 행동을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예컨대 회사에서 직급을 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이름 뒤에 ‘님’을 붙이기로 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선뜻 ‘님’으로 부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저분은 전무님인데 내가 ‘님’이라고 부르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안 부르고 있는데 나 혼자 괜히 그렇게 부르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서 나는 항상 최악을 생각해본다.
내가 그렇게 불러서 사람들이 나를 건방지게 생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과 대답을 스스로 해본 뒤에 마지막으로 묻는 것은,
‘그래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회사에서 잘릴까?’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다. 내가 단순히 건방져 보이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통해 실제 회사의 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또 그런 행동을 회사가 권장해준다면 나 역시도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야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할 일이 없는데 6시 칼퇴를 해도 될까? 상무님도 자리에 앉아있다.
그래, 내가 칼퇴했을 때 상무님이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자를까?
생각하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할 일을 마치고 칼퇴를 했다.
물론 눈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몇 년 지난 지금 그때를 뒤돌아보면 그냥 그렇게 행동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회사에서 회사의 문화를 바꾸는 직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 변화의 방향에 대해,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변화하지 않는다.
내가 회사다.
단순히 책임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바뀌었으면 하는 방향대로 나부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