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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Mar 06. 2022

미국이 본 북한, B급 코미디 영화 ‘인터뷰’

뭐 어때 B급 코미디 영화잖아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 중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면 글을 읽지 말아 주세요.
















인터뷰’


영화의 포스터는 마치 북한의 실상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논란이 됐던 미국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미국의 B급 토크쇼를 진행하는 방송인과 PD가 북한의 김정은을 (김정은의 실명을 썼다) 인터뷰하러 북한으로 가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물론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도 능숙하지 못한 교포 배우들을 써서 불편하다는 비평을 쓴 글도 있다.



출연 배우 중 불미스러운 배우도 있고, 여러모로 논란이 많지만, 굉장히 용기 있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굉장히 오만한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그로’를 잘 끈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아주 자극적인 주제로 시종일관 자극적인 장면들을 통해 어그로를 끈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제작부터 B급 영화를 자처한 영화이기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들 때면, ‘아 이건 B급 영화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보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실상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한국인으로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주제의 영화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물론 영화를 제작한 의도 역시 가볍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목숨 걸고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은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방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니스 로드맨의 팬이라는 김정은이 집권 초기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으로 초대했던 그 사건 말이다.


이 영화 역시 B급 토크쇼의 진행자 데이브의 팬인 김정은이 데이브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여 그와 친구 애런을 북한에 부르면서부터 시작이 된다.





데이브와 애런이 북한으로 초대되어 김정은을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는, 한국영화 ‘공작’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공작’을 보면 주인공 황정민이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엄청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험을 당해야 했던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하지만 데이브와 애런이 인터뷰를 하게 된다고 하자 김정은과 악수를 통해 암살을 요청하는 CIA의 발상부터가 굉장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건 B급 코미디 영화니까 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이 둘이 숙소에 도착해서 숙소 밖을 나가서 나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장면이 두 번 정도 나온다.


이것 역시도 굉장히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조작된 (Faked) 북한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주인공 데이브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이건 B급 코미디 영화니까…






영화에서는 급기야 미국 방송인 2명이 북한에서 엄청난 일을 벌이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냥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건 B급 코미디 영화니까 하고 생각을 한다.







문득, 김정은이 Katie Perry의 Fire Work라는 노래를 좋아하고, 마가리타를 좋아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스위스의 국제학교에서 학창 시절의 일부를 보냈다는 정보만으로 이런 장면을 연출했을까?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Mr. President”라고 영어로 인사한 것 때문일까?


한국의 영화 ‘강철비’에서 영어가 유창한 북한의 지도자를 표현한 것을 넘어, 이 영화에서는 아예 교포급의 유창한 미국 영어를 쓰는 김정은을 만들었다.


심지어 그냥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설정들에도 이 영화가 용기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지도자가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북한 사람들이 이 영화의 결말을 이어주는 큰 역할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용기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섯 가지이다.


- 말도 안 되는 북한의 실상, 그중에서도 최고 지도자의 말도 안 되는 실상을 표현

- 그를 만나러 가는 미국인 주인공들 역시도 굉장히 멍청하고 저급하게 표현

- 그런 말도 안 되는 북한의 실상을, 멍청하고 저급한 미국인 주인공들도 잘못된 것을 알고 있다는 설정

- 그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상을 뒤집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는 북한 사람들도 있다는 설정

- 결국에는 그 모든 것들이 뒤집어져서 혁명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두 명의 방송인들과 북한 내부 조력자들로 인해 이루어졌다는 말도 안 되지만 통쾌한 결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말하자면,


“약 오르지 메롱” 이런 메시지를 북한에 주는 것 같다.



멍청한 B급 영화 인척 하면서, 북한의 잘못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질 수 있는가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한다.


마치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듯하기도 한 영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보고 있다.


과연 ‘오징어 게임’이 흘러들어 간 북한에, 이 영화도 흘러들어 갈 수 있을지, 이 영화가 불러올 파장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이 영화 감상문을 쓰고 있지만 이 감상문조차도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신경 쓰며 글을 쓴다.



에이 뭐 어때, 그냥 B급 코미디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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