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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02. 2022

스타트업에서의 하루는, 일반 회사에서의 1주일쯤

스타트업에 이제 2일 출근을 했지만, 내가 느낀 스타트업과 일반 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알아서’하는 것이다.


알아서 한다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없는 것을 누가 가르쳐준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본인이 알아서 알아보고 배워서 하는 것이다.


어제 출근하자마자 내가 맡은 업무 중에 하나는 우리 회사의 '홍보 전략'이다.


일단 우리 회사가 홍보를 하는 사업적 목적을 생각하고, 사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홍보의 목적을 생각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홍보를 해야 할 대상자 그룹을 설정했다.


그렇게 타깃으로 한 홍보 대상 그룹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채널은 어디인지, 어떤 형태의 메시지가 좋을지 대략적으로 빠르게 정리를 했다.


여기까지는 많이 해보던 것이라 디테일하지는 않아도 뼈대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의료기기 제조사, 나는 의료기기의 홍보 관련한 규정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


단순히 외국 의료기기 회사의 홍보 사례를 갖다가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무작정 의료기기 홍보 관련 규정과 법을 찾아봤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의료기기 홍보에 관한 다양한 규정과 기준이 존재했다.

관련 법령의 원문들을 찾아보고, 심의 규정 (의료기기 광고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들도 찾아보고 관련 사례들도 찾아봤다.


생각보다 굉장히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그냥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큰일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의 메시지를 어떤 채널을 통해   있고 없는지를 정리하고, ‘김영란법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할 수 있는 학회 ‘세미나등에 대한 내용도 확인을 하였다.


일반 회사들 같았다면 이러한 홍보 전략을 짜기 위해 이전의 담당자들이 수립했던 홍보 전략을 본다던가, 글로벌 회사의 경우에는 해외 지사에 연락해서 어떤 식으로 했는지 찾아보고, 법무팀에게 교육을 요청하여 교육을 받고 가이드에 맞추어 전략을 짰을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다 보니 이런 모든 과정들을 나 혼자서 한다.

관련 법령들을 찾아보고, 유관 기관의 가이드를 찾아보고, 허용 사례들을 찾아본 후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구분한다. 그리고는 우리와 같은 산업군에 있는 회사들은 어떤 식으로 했는지를 찾아본다.


보통 이런 부분들 때문에 큰 회사에 다니다가 스타트업에 오면 많이 힘들어한다고 하는데, 나는 체질인가 보다. 그냥 이런 과정들이 재미있다.


내가 찾아서 알면 그만큼 더 알고 진행시켜 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이런 홍보 전략의 방향성을 대략적으로 잡고 나자,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회사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회사 홈페이지를 기존에 만들었던 회사에 전화해서 통화를 했는데, 담당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추가 기능 하나마다 큰 비용을 요구할 것 같았으며, 나중에 내용 수정하나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순간 다른 업체들을 찾아볼까 하다가, 내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다닐 때에도 회사 웹페이지 제작 툴로 간단한 인트라넷을 만든 적이 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웹페이지 제작 툴이 있어서 1시간 정도 투자해서 우리 회사 홈페이지의 초안을 잡았다. 구성은 대략 잡아놓았으니 이미지와 내용만 정리해서 업데이트하면 될 것 같다.


비용이 많이 절약될 것 같다.



원래 우리 회사는 9명이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10명이 됐단다.

10인 이상의 사업장은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는 규정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나온 표준 취업규칙 샘플을 다운로드하여서 우리 회사 버전으로 만들고 있다.


취업규칙을 만들다 보니 문득 노무사 자격증을 공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노무사를 고용하는 것보다는 내가 자격증을 따서 내가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사 관련 시스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업체 담당자와도 빠르게 통화를 하고 나중에 다른 동료들과도 논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난 분명 어제오늘 2일 일했는데 새로 배우고 시도해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재밌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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