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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22. 2022

방송국에 무작정 찾아가 미팅을 하고 나왔다


몇 년 전, 지금의 스타트업을 차리기 전에 회사를 이직하기 직전의 비는 기간에 한국의 어느 공공기관에서 의뢰한 단기 프로젝트를 맡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 제작사 50여 개 회사의 담당자들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비즈니스 매칭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종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프로젝트에서 나의 역할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역할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와 인근 국가에서 오는 미디어 바이어들을 초청하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과 지표는 얼마나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해외 미디어 바이어와 연결이 되고 실제 미디어 구매까지 이어지느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바이어들을 초청하고, 바이어들 중에서도 실제 구매력이 있고 영향력을 갖춘 미디어 바이어들을 초청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렇게 초대를 목표로 하는 미디어 바이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 중에 하나가 바로 인도네시아 현지의 방송국 미디어 구매 담당자였다.


인도네시아의 텔레비전 채널들을 몇 군데는 초대를 해서 이벤트에 참석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는데, 딱 한 곳 인도네시아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인 모 방송국은 끝내 이벤트 시작 며칠 전까지도 내부 일정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의뢰한 공공기관에서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 에라도 이 방송국만큼은 꼭 섭외를 하라는 강력한 의견이 있었다.


행사를 운영하기 1주일 전, 나는 현지에서 행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함께하는 동료와 자카르타로 떠났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도 섭외를 하고 싶은 방송국에 계속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나는 찾아가서 만나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약속도 잡지 않은 채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방송국으로 갔다.


방송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경비실에 찾아가 명함을 내보이며 말을 걸었다.


한국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자카르타 전시회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이 전시회에 구매 담당자를 초대하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담당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험상궂게 생긴 인도네시아 경비원 아저씨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약속은 했나요? 담당자 이름은요?”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연락을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답이 없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다행히도 경비원은,


잠깐 기다리세요”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더니 짧게 통화를 끝내더니,


“10층으로 가서 ㅇㅇㅇ 씨를 만나세요. 다행히 지금 만나준다고 하네요.”


오 감사합니다!”


하고 통제되었던 출입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한국에서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이고, 그걸 준비하는 한국 사람이 1층까지 와있다니 사실 담당자 입장에서는 굳이 안 만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미팅에 들어간 나는 우리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이고, 한국의 어떠한 콘텐츠 회사들이 올 예정이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이미 인기가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들도 있으니 분명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를 많이 끌만한 콘텐츠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메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그 당시에도 이미 한국의 콘텐츠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방송국에서도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결국 미디어 바이어는 행사에 와서 참여를 했고, 프로젝트를 의뢰한 공공기관에서도 매우 흡족해했다.


그 당시 방송국에 함께 찾아갔던 동료는 지금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이자 창업자로, 그 친구와 내가 지금의 스타트업을 만들기 이전에 처음 함께 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이 프로젝트였다.


지금도 그때의 그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다른 직원들에게도 하곤 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고, 실제로 돈을 벌며 자신감을 얻었다.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내게, 내가 만나야 했던 거래처 담당자는 나의 미팅 요청을 바로 수락하기보다 거절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만나주지 않으려는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고, 내가 팔아야 하는 아이디어를 팔았던 경험은 내게 낯선 경험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얼마나 1차적인 거절을 영원한 거절로 생각하고 그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막상 시도하고 성공하면 쓸데없는 걱정이 된다.



불편함은 때론 마주할 때 없어지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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