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전략기획을 담당하기 위해 왔지만, 사실 전략기획이라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다 들어가는 요소이기 때문에 회사 전반적인 요소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또한 회사에서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 어떻게 회사의 큰 전략에 맞추어서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돌아가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요 며칠 동안은 회사의 IR자료를 계속해서 완성하고 있다.
기존의 IR자료가 있지만, 그 사이에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크게 바뀌어 모든 슬라이드를 처음부터 새롭게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그려졌다고 해도 이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만든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우리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을, 큰 시장에 대한 이해와 시장의 문제점, 그리고 그 문제점을 파고들어 해결하여 성장한다는 우리 회사의 전략 당위성을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쉽게 이어가다가 약간이라도 흐름이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 이야기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어제 분명히 전략적 방향성이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져서 퇴근하고 내일 와서 마무리해야지 하고 왔는데, 한 장 한 장 슬라이드를 만들다 보니 과연 이걸 듣는 사람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하느라 오늘도 완성하지 못했다.
다른 회사의 IR자료도 좀 보면서 내일 다시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퇴근을 했다.
문득 퇴근길에 이전 회사의 동료와 이러한 전략 장표들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시계를 보니 아직 퇴근 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입니다!”
회사를 떠난지는 벌써 두 달이 넘었지만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반가웠다.
“네! 잘 지내시죠? 퇴근 안 했나 봐요.”
“아 네 이제 정리하고 가려고요. 바쁘시죠?”
“바쁘긴 하지만 뭐 바쁘게 한다고 더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해야죠.”
별로 꾸밀 것 없이 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을 해야 하니까 바쁘실 것 같아요.”
문득 듣고 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진행한다면 정말 여러 사람이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짧게 생각을 마친구 나는,
“여러 사람의 몫을 하고는 있지만, 여러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어서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라고 대답을 했고, 동료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건 정말 부러운 부분이네요. 저는 오늘도 여러 사람 거치면서 일하느라 쉽지 않았네요.”
라고 대답을 했다.
왜 아니랴, 회사에서 뭐 하나 진행하려고 하면 여러 부서가 붙어서 슬라이드 한 장에 단어 하나까지도 뜯어다 보며 아시아 본사에 글로벌 본사에 거쳐서 온 슬라이드는 더 이상 내가 만들었던 원형이 남아 있지를 않게 되고는 했다.
그래도 문득,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보면 실수를 줄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보면서 이미 마지막 발표 때 나올 질문이나 문제점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좋은 부분은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내가 지금껏 함께 일했던 여러 부서와 나라의 많은 동료들의 의견과 시야가 내게 남아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그런 부분들에서 내가 동의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들만 반영하고 넣는다는 것이 현재 내가 혼자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예전에는 대학생 때 창업을 하거나, 취업도 하지 않고 창업을 해서 크게 성공하는 스토리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성공도 너무나도 의미 있고 값지다고 생각하지만, 회사를 열심히 다니다가 배운 것들을 통해 스타트업에 도전을 하고 성공을 한 스토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 명의 천재가 자본 하나 없이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아 억만장자가 됐다는 비현실적인 스토리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해서 만들어낸 희망적인 성공스토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몫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일은 아니며,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어마어마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미를 찾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기회와 성공이 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