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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Oct 04. 2022

연봉에 대한 질문 2가지

첫 번째 회사에 다닐 때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첫 번째 회사를 다니다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항상 직원들에게 (특히나 젊은 주니어 직원들에게는)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이 얼마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며, 고생스러운 이 시간이 자기 커리어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회사였다.


물론 이 회사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이후 커리어에서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나는 회사에서의 배움보다는 (솔직히 그 당시에는 별로 배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여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것을 앞두고 높은 연봉이 더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수 차례 면접을 거쳐 최종 오퍼까지 받게 되었다.


이미 첫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회사를 옮기는 것을 결심한 내게, 현재 연봉에서 25% 이상 높은 연봉을 제시한 회사의 오퍼를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옮긴 회사에서 나는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성과를 인정을 받아 빠르게 승진을 했고, 높은 성과급을 받아 이른 나이에 상징적인 연봉 숫자를 찍을 수 있었다.


연봉 면에서는 만족스럽게 회사를 다녔지만, 당시 워라밸이 최악인 두 번째 회사에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내는 연이어 아이 둘을 낳고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나 역시도 체력과 정신력이 방전되어 피폐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높은 연봉이 이직을 할 때는 발목을 잡았다.


연봉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연차는 '빠르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과평가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연봉을 더 낮추어 간다고 하더라도 상대회사에서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봉이 아닌 다른 워라밸이나 커리어 개발 기회 등을 보고 회사에 왔다가 그런 요소들이 기대에 차지 못한다면 다시 '낮은 연봉'으로 인해 회사 생활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굉장히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높은 연봉의 저 연차의 '잘할 수도 있는' 사람을 뽑기보다는, 같은 연봉이라도 연차가 높은 사람을 뽑는 것이 더 안정적인 옵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연봉을 낮추어 세 번째 회사로 갔다.


세 번째 회사는 사실 워라밸을 보고 갔지만, 정작 와보니까 워라밸이 좋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저냥 회사에 다닌다면 어떤 회사에서건 워라밸을 맞추어 다닐 수는 있겠지만, 성격상 일이 눈에 보이면 안 할 수 없는 타입에 그러다 보니 내게 일이 더 주어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세 번째 회사에서 낮춘 연봉은 해외 지사로 옮기면서 승진을 하고 이전 회사에서 받았던 연봉 이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 네 번째 회사로 옮기면서 추가적인 연봉을 올렸고, 이후에도 추가적인 연봉 인상을 몇 차례 받았다.


연봉이 높아지면서 차츰 드는 생각은, '과연 내가 지금 받는 연봉만큼 회사에 기여를 하고 있을까?'였다.


이직을 여러 차례 하고 직무도 여러 번 변경된 케이스이다 보니 나는 항상 나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해왔다.


내가 '증명'해야 하는 것은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정말 이 사람이 연봉만큼 기여를 하는가?'인 것이다.


실제로 연차가 쌓이고 점차 연봉이 높아지면서 옮기는 회사에서 초반 3개월 수습 기간 (Probation Period)에 대한 기대와 평가는 엄격해짐을 느꼈다.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이자 임원으로 일하게 된 지금도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이 회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된다.


회사가 작을수록 한 사람의 몫은 크기 때문에, 한 사람 때문에 회사의 미래를 크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 12년 차, 연봉을 마주하는 직장인이라면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고 답해야 한다.


1. 나는 과연 내 연봉 이상의 가치를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가? 만약 아니라면 어떻게 하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2. 반대로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회사는 나에게 충분히 보상하고 있는가?


회사를 돈만 보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연봉은 회사가 나를 생각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지표가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잡마켓 (Job Market)'에서 평가되는 대표적인 객관적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봉 높다고 만약 좋아할 것도 아니고, 연봉이 낮다면 누군가 알아주고 올려줄 때만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의 가치를 충분히 어필하여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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