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남자 주인공 로버트는 사진작가다.
로버트가 사진을 짝은 방식은 Memorizing shot이라고 부르며, 나중의 기억을 위한 사진을 찍는 방식이다.
사진 한 장을 통해 그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기억하고, 나중에 사진 한 장을 통해 그 모든 것을 다시 느끼기 위한 방식으로 말이다.
대학시절 들었던 ‘연극의 이해’라는 수업에서는 ‘오브제’라는 것에 대해 배웠다.
내 기억으로 오브제라는 것은 어떤 특정 감각을 통해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 Trigger 역할을 하는 물건이나 특정 경험을 말한다.
나에게는 갈색 나무무늬 나무판에 저녁노을의 햇살이 들어와 비추는 모습이 하나의 강렬한 오브제다.
어린 시절, 좁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살던 집에는 갈색 나무무늬가 선명한 장롱이 있었다.
동생은 낮잠을 자고 아빠는 퇴근 전, 엄마와 단 둘이 있는 얼마 안 되는 오붓한 시간에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장롱 위에 발을 기대 올리고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좋아하는 책이나 만화영화 등 이야기를 했겠지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굉장히 평화롭고 행복했던 그 순간의 기억만큼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지금도 문득 저녁노을이 질 때 햇살이 나무 문에 드리울 때면 지금 내 나이보다 젊었을 엄마와의 어린 시절의 평화로운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