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깐 잠을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질 않았다.
눈을 감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계속 잠을 청했지만,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어 잠을 잘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55분.
잠을 잔 시간은 5시간 17분이다 (참고로 나는 코골이가 심해서 양압기를 끼고 자고 있고, 양압기에는 내가 양압기를 사용한 시간이 정확히 나온다).
잠을 잔 시간 자체는 어느 순간 피로도와 항상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터라, 수면 시간을 보고 더 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잠들어 있던 아내는 잠결에,
"어디가?"
하고 물었고 나는,
"잠이 안 와서"
하며 나왔다.
책이라도 읽을까 싶어서였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숨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작년 여름, 내 안에 모든 것들을 좀 비워내고 싶어 요가 학원을 1개월 정도 다녔고, 꽤나 도움이 되는 명상 방법이라 생각해서 종종 해왔지만 요즘은 통 하질 않았다.
호흡소리에 집중을 하고 나니 스멀스멀 잡생각들이 올라왔다.
내 마음속에서,
"요새 사는 건 괜찮아?"
치열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무언가 약간은 날카롭고 신경질적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나 스스로에, 항상 약간의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데 - 혹은 아주 많이 - 최근의 내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니 더 조바심이 생겼다.
ENTJ에 항상 무언가 발전적인 것을 해야지 마음이 편안한 이상한 성격을 갖고 있는 나다 - 스스로도 참 피곤한 성격이다.
이런 시기에는 항상 멈춰 서서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하는 방법은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는 것이었다.
10년 전부터 가끔 이렇게 일어나 책을 읽었고, 그 시기 중 몇몇 나의 삶은 크게 바뀌기도 했다.
기억나는 몇몇 순간들이 있다.
두 아이들이 태어나고, 정신없이 회사일에 치이고,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때,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도 하고 (그냥 걷기 달리기 정도), 나의 하루를 정돈하며 살았다.
그때의 느낌은 무언가 내 마음속에서 나를 위한 소리를 들었다는 느낌이었다. 보통은 나 스스로에게 '지쳤다'는 신호였고, 나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새벽에 일어나 가졌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정리하고 돌보고 나니,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것만 같았던 회사일이 명확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지쳐서 만성적으로 관성적으로 일에 끌려다니던 나는 작은 것부터 해결해 나가며, 미루어왔던 일들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고 - 심지어 미루고 있다는 인지도 하지 못했던 일들- 시기가 잘 맞아 나는 이 해 내가 담당하던 유통 채널에서의 최고 매출기록을 달성했고, 그다음 해 나 스스로에 의해 다시 한번 최고 매출기록을 경신하며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했다.
지금은 그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항상 무언가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 상태는 실제로 '잘 해내는'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잘 해내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맞다.
결과적으로는 잘 해내고 싶지만, 혼자 아등바등하면서 잘 해내는 결과를 얻고 싶지는 않다.
즐겁게 사람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을 하고 싶다.
문득 나의 치열함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을까?
혹은 지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은, 나도 이 책을 쓴 사람처럼 다른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동기 부여를 얻는가?
긍정적이고, 여유 있으며, 다른 이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다.
결국 이러한 마음가짐은 '칭찬'이라는 형태로 실행되며, '칭찬'은 누구에게나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분만 좋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진심으로 그런 장점들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언어적이지 않은 형태의 '칭찬' 혹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냥 뭔가 나 스스로 삶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고,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럼 그냥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책을 읽다 보면 답을 찾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아니, 스스로 알고 있는 답을 실행하는 것이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