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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ul 09. 2024

생각을 정리하는 아침 산책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면 잠이 잘 오지 않기도 하고, 잠이 얕아지기도 하며, 그 생각들을 쫓아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그 복잡한 생각들을 모두 종이에 써 보기도 하고, 그냥 잠을 자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으며, 노래를 듣거나 산책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내가 하고 있는 것은 길을 걸으면서 음성인식 자판으로 내 생각들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길을 걸으면서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두서없이 생각을 내뱉는 것보다는 좀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내 생각을 인식시키고자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외로 효과는 좋다. 한참 떠들고 나면 내 생각이 글로 정리된다.

그러고 나서 그 글을 정리한다.

글을 정리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내 생각을 담은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또한 음성인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보다 내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끔은 내가 얼마나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으며, 쓸데없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 지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정확하게 또박또박 내가 할 말을 쓸데없는 말을 빼고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이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인 듯이, 이 네 가지를 나의 언어로 연습할 수 있다.


지금은 산에 올라 걸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새소리도 들리고 풀내음도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


오늘도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회사 메일을 습관처럼 확인했다. 내가 기대했던 메일은 오지 않았고 대신 다른 메일들이 와 있었다. 머릿속은 마치 메일함처럼 복잡해진다. 원했던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들만 자꾸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잘 정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잔뜩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메일들을 정리할 때 보낸 사람과 주제에 맞춰서 메일을 분류한다. 그러다 보면 일일이 답장하기보다는 한 주제에는 하나의 메일만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을 때 하나의 주제에 맞추어 정리하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가 명확해진다.


어쩔 때는 그냥 걷다 보면,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사라지는 걱정들도 있다. 굳이 걱정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 없는 생각들이 걱정의 형태로 피어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형태의 걱정도 그냥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그런 감정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를 분석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걱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여러 책들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대부분의 걱정들은 쓸데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걱정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감정 혹은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좀 더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도 생각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그럴 때도 메일을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일을 쭉 정리해 보면 좋다. 그러면 도구적인 목적일 수 있는 일들과 정말 최종 목적이 되는 일들이 분리된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나중에도 할 수 있는 것, 현재 자원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나누어진다.


정리하고 나면 최종적으로는 내가 지금 당장 오늘 해야 할 일과 오늘 하고 싶은 일, 아주 조금의 걱정으로 정리된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들을 보통 아침 일찍 한다. 밤에는 잠이 오기 때문에 졸려서 감정적이 되거나 몸이 피곤해서 좀 더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에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잠을 자면서 절반 이상은 이미 정리가 된 것 같다. 자동으로 정리된 생각들 중에서 남아 있는 생각들만 정리하면 되니까 훨씬 효율적이다.


미라클 모닝에서 말한 것처럼, 아침은 오늘 하루에 대한 방향키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오늘 하루의 방향은 올바르게 흘러갈 것만 같다. 또 하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의외로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기도 하고, 반대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고민들은 오늘 하루에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한 번은 자면서 꿈을 꿨는데, 회사에서 내가 정리하고 있던 엑셀 파일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컴퓨터를 켜고 그 엑셀 파일이 있는 폴더로 들어가 엑셀 파일을 열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넣거나 계산하는 일을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잔 것 같지도 않고 빨리 엑셀 파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한 것은 정말 꿈속에서처럼 엑셀 파일을 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 엑셀 파일을 정리하려 했는지를 다시 정리한 것이다. 내가 엑셀 파일을 정리하고 나면 어떤 일들이 있는지, 어떤 회의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지, 그 회의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결재는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한지 하나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오히려 단순하게 이것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계획표를 짰다.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필요한 부서를 찾아가서 정보를 얻고, 회의 참석 인원들을 미리 파악한 뒤에 내가 만들고 있는 엑셀 파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을 미리 계산해서 준비했다. 그 내용을 나의 상사와도 미리 협의하고, 회의 참석 담당자들과도 협의했다. 그래서 그 미팅을 통해 승인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준비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 일은 그날 하루에 모두 해결되었으며,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만약 관성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서 꿈속에서처럼 폴더를 열고 엑셀 파일만 열었다면, 꿈속에서처럼 무한 반복으로 엑셀 파일만 기계적으로 작성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냥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미팅을 하다 보면 한참 치열하게 대화하다가 누군가가 이야기한다.


 "우리 잠깐 뒤로 한 발짝만 물러서서 지금 상황을 정리해 봅시다."


그 말은 우리가 지금 너무 좁은 주제에 매몰되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는 잠깐 진정을 하고 이번 회의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려고 하는지, 회의가 끝나고 나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는 주제가 과연 그 목적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잠깐 토론을 멈추고, 그 토론을 했던 주제를 별도 미팅으로 다루거나 회의의 목적을 먼저 달성한 후에 다시 돌아온다.


우리의 생각의 흐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는 과연 현재 필요한 이야기와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한 가지 주제에 매몰되어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들이 굳이 지금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정리하다 보면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러면 꼭 해야 할 생각에 집중할 수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즐거운 일들을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두서없이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아침형 인간도 아니고, 가끔 밤늦게 까지 핸드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냥 이건 게으른 내가 가끔 일찍 일어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 중 하나다.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다.

걷다가 비가 온다.


언제나 우리의 생각에도 비가 오기 마련이다.

비가 오면 우산이 없어 후다닥 달려가야 할 때도 있다. 가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생각을 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나는 내가 찾은 방법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글을 쓰며, 누군가는 산책을 하며, 또 누군가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그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침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렇게 균형을 맞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내가 찾은 삶의 방식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생각이 많을 때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파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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