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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03. 2024

멀고도 험한 브라질 상파울루 가는 길

올해 5월, 미국에서 미팅을 마치고 9월 첫째 주 브라질 출장에 대한 생각을 처음 했다.


브라질이 회사 제품을 소개하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했고, 브라질을 잘 아는 전문가가 있기에 든든했다.


그리고 6월인가, 출장 일정을 확정했다.


 사실 남미 대륙 자체를 태어나서 한 번도 올일이 없었을뿐더러, 각종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별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비즈니스로 생각할 때는 막연히 '가면 되지 뭐' 했던 나라였는데, 막상 온다고 생각하니까 긴장되었다.


시차를 확인해복 니 정확하게 한국과 12시간 차이.


한국이 오후 3시면 브라질 상파울루는 오전 3시였다.


정확하게 지구 반대편이라는 뜻이겠지.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 주의 시애틀로 비행기를 타고, 국내선으로 환승해서 콜로라도 주 덴버로 향했다.


1주일간의 덴버 일정을 마치고 (너무 정신없고 시차 적응도 못해서 제대로 글도 못썼다), 9월 1일 오전 브라질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덴버에서 브라질 상파울루까지의 여정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 공항에서 환승을 하는 일정이다.


미국은 항상 느끼지만 입국절차는 까다롭지만 출국 절차는 입국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덴버 공항을 빠져나와 텍사스 휴스턴으로 향했다.


텍사스는 지난 5월 출장을 온 적 있는데, 휴스턴은 환승이지만 처음이다.


잠깐 휴스턴 공항에서 아이들에게 약속한 초콜릿과 아내에게 줄 자석 기념품을 하나 샀다.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쳤다.


방송으로 계속해서 비행 출발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내용의 방송도 흘러나왔다.


이 비행기를 안 탄다고 브라질에 안 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항공사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멍하니 기다렸다.


1주일간의 해외 출장으로 낮과 밤이 바뀌고, 긴장도 하고 있던 터라 비행기 밖에서 천둥번개가 치든 말든 나는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항상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졸린 시간이다.


그렇게 잠이 들어버린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눈을 떴을 때 비행기는 이미 미국 영공을 떠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이 나왔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기내식을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무언가에 홀린 듯 잠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너무나도 건조한 실내 공기에 코피가 날 것만 같아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인공눈물을 넣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했다.


그래도 너무 코가 건조해서 마스크를 찾아봤는데, 마스크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나눠준 안대에 생수를 살짝 부어 적신 후 코와 입에 안대를 마스크처럼 썼다.


한결 나아진 나는 또다시 잠이 들었다.


또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는데, 또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인공눈물을 넣고, 말라버린 안대(?)에 물을 적셔 다시 수분을 보충한 후 잠을 잤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더 잤을까? 승무원들이 객실 내 조명을 밝히기 시작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유나이티드항공이었는데, 한 가지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한 점은 승무원들이 참 우리나라 승무원들이랑 다르다는 것이었다.


워낙에 우리나라 승무원들의 친절함은 세계적인 레벨이고, 미국 항공사의 악명은 너무나도 반대 개념으로 유명하기에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승객들이 잠들어있는 동안 승무원 둘이서 계속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갤리 근처 좌석에 있던 나는 다른 승객들이 떠드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일어나서 보니 승무원들 둘이서 그렇게 떠들어대는 소리였다.


어쨌든, 그 승무원들이 이제는 불을 밝히고 착륙 전 아침식사를 나누어줬다.


비몽사몽으로 또 무언가에 홀린 듯 주는 식사를 먹고 나니 20분 뒤 착륙이라고 한다.


아 드디어 브라질에 가는구나.



상당히 거칠게 상파울루 공항에 착륙했다.


상파울루의 현지 시각은 아침 9시.


그래도 대략 시차에 맞추어 잠들어 아침식사도 한 셈이 되었다.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하는데, 입국 심사대의 사람이 생각보다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입국심사관의 질문을 딱 하나,


'You business?'


포르투갈어를 전혀 못해서 긴장해 있던 내게 딱 두 단어의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뭐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던 나는


'Yes, business'


하고 두 단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아무 반응 없이 내 여권의 빈칸을 찾아 도장을 쿵 찍어 무심히 내게 여권을 돌려줬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에 대한 배려였을까?


브라질의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좋았다.


물론 나를 담당했던 담당자가 간단히 끝낸 것일 수도 있으니, 모든 브라질의 입국 심사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수화물도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고, 세관 심사도 특별할 것 없이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에서 내가 묵는 시내 숙소까지는 거의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상당한 교통체증에 곳곳에 작은 사고들로 교통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함께 동행한 브라질 국적의 일행은 차 안에서도 핸드폰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차창을 깨고 총을 들이대고 핸드폰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너무 과장이 심한 것 아닌가? 했는데 영사관에서 문자로 온 안전 가이드북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와 정말 이 정도의 나라에 내가 왔다는 말인가.


정말 호텔에만 가만히 있다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창밖 풍경은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매연인지 먼지인지 잔뜩 뿌연 공기에, 특별히 멋지다고 할 것 없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도로 밖 풍경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인터컨 호텔정도 위치였다.


일단 관련 컨벤션이 열리는 회의장이 위치해 있고, 호텔 지하에는 상점과 식당들이 위치해 있었다.


그래도 여기서 1주일 동안 먹고 지내는 것은 문제없겠구나 싶었다.


물론 숙소 창문 밖에서 내려다본 호텔 밖의 풍경이 그렇게까지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별로 그렇게까지 위험 감수를 하면서 돌아다녀보고 싶은 멋진 풍경은 아니었다.


아직은 브라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어떤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내가 상파울루에 와있는지에 대한 실감은 나지 않는다.


내일부터는 사람들도 만나고, 미팅도 하면서 차츰차츰 어느 정도 느낌이 오겠지.


일단 여기까지 무사히 잘 왔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앞으로의 여정도 무사히 잘 보내고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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