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야 안녕?
오늘은 아빠가 1주일 정도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야.
늘상 가는 출장이지만, 오늘은 아빠가 출장을 간다니 아침부터 시무룩한 너를 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구나.
심심하다며, 어디를 가고 싶다며 이런 저런 투정을 부리듯 이야기를 했지만, 툭 건들면 눈물이 흘러 내릴 것만 같은 너의 큰 눈을 보면서 아빠가 출장가는게 그렇게 서운하고 아쉬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
평소와는 다른 너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괜시리 내가 이렇게 자주 출장을 가는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제아도 내일이면 학교에 가고 바이올린도 하고 줄넘기도 하면서 너의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면 괜찮아지겠지.
아빠는 제아한테 참 고마운게 많아.
제아를 보고 있으면 아빠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제아의 상상속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빠도 제아의 상상속 나라로 여행을 하면서 신나기도 하고 말이야.
방을 어지럽히고 정리도 안하고 쓸데없는 것 같은 장난감이나 물건을 잔뜩 사기도 하지만, 아빠도 어릴 때 그랬고, 지금도 그래.
그래서 제아의 마음도 잘 알고 있단다.
하루씩 제아가 커가면서 아기같은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예쁜 소녀로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들어.
제아가 태어나서 얼마 안됐을 때 제아가 밤새 열이 펄펄 나서 아빠가 밤새 간호하던 기억도 나고, 태어나서 처음 초콜릿을 먹던 날 계속 더 달라며 떼를 쓰며 우는 니 모습도 생각나고, 홍콩에서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아침에 유치원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쓰는 모습도 생각나거든.
그래도 그런 시간들을 지나 이렇게 예쁘고 건강하게 그리고 밝고 명랑한 아이로 자라준 것이 너무 감사해.
지난번 출장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허리케인이 불었지.
플로리다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집도 무너졌지만 아빠는 잘 빠져나와서 집으로 돌아왔어.
아빠는 제아처럼 똑똑하니까 위험한 상황에서도 잘 생각해서 안전하게 잘 다닐 수 있어.
걱정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랑 언니랑 구름이랑 즐겁게 지내고 있으렴.
오늘 이렇게 여기에 제아에게 편지를 남기는 건, 나중에 커서 제아가 오늘의 아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서야.
제아가 크면 아빠도 더 나이가 먹을거고, 오늘의 기억도 잊혀질 수 있으니까.
오늘의 아빠의 마음을 제아에게 전해주고 싶거든.
이 편지를 보고 있을 어른이 된 제아가, 이렇게 크게 아빠가 제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할게.
사랑해 제아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