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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Feb 10. 2020

가족사진을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 삭제한 이유

한 달 전쯤, 회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웬만하면 회사 근무 시간에 전화를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전화하신 것에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회의 중이라 끊고 다시 전화드려야지 생각했는데, 계속 전화가 왔다.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이 들어 회의 참석자에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내 카카오톡 계정으로 계속 카톡 메시지가 오고 보이스톡까지 시도하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전송받은 캡처 사진에는 프로필 사진조차 나의 가족사진으로 되어 있었다.  얼마전 연말을 맞아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곱게 차려입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그 사진을 말이다.


부아가 치밀어 올라 신고를 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사항도 듣지 못했다. 


나의 계정을 똑같이 복사하고 카톡 친구까지 복사해서 올렸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카카오톡 계정이 '도용'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비밀번호를 바꾼 지 꽤나 오래되었다. 


같은 비밀번호를 여러 군데에서도 많이 쓰기도 했고, 새로운 비밀번호를 써도 자꾸 까먹어서 그냥 몇 가지를 돌려쓰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 모르지만 덜컥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닌 사람이 나인 척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보다는 굉장히 꺼림칙했다.  


끝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했다. 


나는 페이스북 계정이 두 개가 있다. 


대학교 때 처음 페이스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만들어 놓고 쓰지 않고 방치해두었다가, 졸업 후 페이스북이 활성화되면서 계정이 있던 것을 잊고 있어 새로운 계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방치해 둔 계정은 '다음'의 '한메일' 메일 주소로 만들었고, 해당 이메일로 쓰지 않아 휴면 상태가 되게 되었다.


 

연중행사처럼 한 번씩 한메일을 정리하는데, 페이스북의 활동에 대한 내용이 계속해서 메일로 오고 있었다. 


내가 방치해둔 계정으로 포스팅이 올라가고, 댓글을 쓰고 모르는 사람들과 잔뜩 친구를 맺어 놓고 이상한 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바로 페이스북 고객센터 페이지로 접속하여 내 계정에 대한 권한을 찾기 위한 신청을 하였다.


나의 메일 주소로 복구 코드를 전송하고, 그 코드를 입력하자 본인 확인 절차로 넘어갔다. 


신기하게도 본인 확인 절차는 휴대폰 명의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두 가지의 방식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나의 페이스북 친구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3명에게 코드를 받아 입력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용당한 계정으로 맺어진 친구들은 나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라 불가능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방식은 여권, 운전면허증 등의 신분등을 스캔하여 전송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신분증 스캔 확인 절차를 등록했고, 바로 당일 이메일이 왔다.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이라고. 


나는 유효한 신분증의 정의를 다시 확인하고 재전송했다. 


어떤 부분에서 유효하지 않은지 알려달라고. 3주가 지나도 회신은 없다. 


거의 1주일에 한번 진행상황을 문의하는 메일을 보내도 답장은 없었다. 


물론 회신이 금지된 메일 주소는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이 계정을 되찾아 정지시킬 때까지 계속해서 요청할 것이다.


결국 나는 페이스북에 다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해당 계정에 접속하여 스스로 계정을 삭제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개인 '인증'의 절차와 기술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러한 정보를 악용하는 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하며 다양한 형태의 피해사례가 속출되고 있다. 


어느 날, 당신의 어머니에게 본인의 가족사진을 프로필에 넣어 '엄마, 도와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면 어떤 어머니가 놀라지 않으실까.  


귀찮지만 개인정보보호는 정보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 재산 등,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실제 엄마한테 전송된 메세지. 내이름과 가족프로필사진. 보이스톡까지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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