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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Sep 19. 2019

완벽히 포기했습니다. 완벽해 보이려는 노력.

완전 포기

태어나기를 나는 참 피곤한 성격으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밥과 반찬을 차려주시면 반찬과 밥이 모두 동시에 떨어지도록 맞춰가며 먹었다. 


햄과 밥을 주셨다고 한다면 마지막에 남은 밥 두 술과 한 조각 남은 햄을 맞춰 먹고 싶어서 햄 한 조각을 반 잘라서 한 술씩 얹어 먹거나, 두 술의 밥 위에 햄 한 조각을 올려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 


옷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꼭 윗옷을 바지에 넣어 입었는가 하면, 양말을 신지 않고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좋게 발현되었던 것은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해가고, 예습 복습을 열심히 했으며, 방학 때 '탐구 생활' 첫 페이지에 붙여 두었던 방학 생활 계획에 맞게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계획을 짤 때도 매우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며). 


초등학교 2학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아니, 국민학교 2학년 때까지의 이야기다.


과연 이것이 '완벽함'일까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 '완벽함'이라는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완벽함이 내게는 부족함으로, 나의 완벽함이 타인에게는 부족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크면서 깨달았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이 완벽히 평평한 세로 일자로 보이는 것은 사실 안구의 둥근면을 고려하여 실제로는 약간 둥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완벽함이라는 것은 '완벽해 보이는 것'으로 대체로 인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포기한 것은 '완벽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좋아하는 가수 중 존 레전드의 'All of me'라는 노래의 가사 중에 'Perfect imperfections'라는 표현이 나온다. 


정확한 해석이 아닐지는 몰라도 내가 받아들인 의미는 '완벽한 불 완벽함'. 


역설적이지만 어떤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완벽함이 주는 답답함과 숨 막히는 감정에서, 불안전한 요소를 완벽하게 균형을 맞추어 완벽한 불 완벽함을 두 영어 단어로 표현한 것은 정말 절묘했다. 


사실은 존 레전드의 창법도 일부 평론가 사이에서는 교과서 적이지 않고 불완전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불 완벽함은 완벽하게 그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말 포기했지만, 때때로 자존심이나 오기, 객기 등의 감정과 함께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완벽하게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성적으로는 완전히 포기했고, 앞으로도 시도할 생각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삶이 참 편해졌다.


인생 2박 3일 살고 말것도 아닌데, 편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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