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깨워드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Dec 23. 2021

Rewind 2021, 대중의 기억과 나의 기억들

되돌아보고 기록한다

회사에서 올해를 뒤돌아보는 영상을 기획/제작하면서 올 한 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찾아보면서 불과 몇 달 전의 일인데도 생각이 나지 않아서 찾아봤던 사건과 기억들을 기록하고 독자분들과 나누어본다. 참고로 정치적인 이슈들은 제외했다.


(대략적인 시간 순서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순서가 아닐 수도 있으며, 앞의 숫자는 '월'과는 상관없는 구분이다)


1- 올해 초, 코로나는 분명 감소하는 추세였다.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올해는 코로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상' New Normal로 살아갈 준비에 모두가 바빴다. 외국의 백신 부작용 사례가 들리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과 기대가 공존했다. 국내 모 회사에서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 완료되고 있다는 소식은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2- 영끌족과 벼락 거지들


개인적으로는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집을 구해야 했다. 그리고 스스로가 벼락 거지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수년 전 영끌까지 아니더라도 약간의 무리다 싶을 정도의 대출을 받으면 매매까지도 가능했던 지역은 전세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때 샀어야 한다는 후회와 자조의 목소리가 주변에서 엄청나게 들렸고, 유튜브에서 부동산 폭락론을 주장하는 사람과 여전히 상승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각기 영끌족과 벼락거지가 된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3- 국민 통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다시 코로나는 악화되었고, 4 이하 사적 모임 금지, 9 이후 영업 금지 등의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들이 시작되었다. 좋은 회사를 다니고  다니고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지 아닌지로 구분될 만큼 '재택근무' 대한 논쟁도 직장인 사이에서는 꽤나 뜨거웠다.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나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국내 대기업을 다니는 지인들 중에는 재택근무는 꿈도  꾼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렸다. 사실 같은 회사에서도 부서 분위기에 따라 출근을 자주 하는 부서도 있었다. 회식은 거의 없어졌고, 동거가족 외에 가족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4- 올림픽이 낳은 영웅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한 차례 미루어진 일본 도쿄올림픽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2021년에는 진행이 되었다. 종이로 만든 침대에 각종 논란들로 얼룩진 올림픽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한국의 올림픽 영웅들은 탄생했다. 역시나 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선전해주었는가 하면, 잘 알지도 못했던 Z세대 (밀레니얼 끝 세대로서 MZ를 묶어 이야기하는 게 미안해서 Z세대로만 나눈다) 선수들이 선전해주어 이름을 날렸다. 여홍철 선수의 딸이 메달을 따는가 하면, 영재 발굴단에서 양궁 영재로 나온 선수가 어느덧 자라서 메달리스트가 되어주었고, 그 와중에도 마지막 올림픽 출전을 통해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 식빵 언니의 모습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는 큰 희망을 주었다.


5- Today, you are all forgiven 아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


'여영윤, 유정윤' 우리의 국민 여배우의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곳에서 윤여정 배우님의 오스카 수상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또한 그녀의 재치 있는 수상소감은 여러 곳에서 화두가 되었고, 그녀의 영어 실력 역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영화 '미나리' '기생충' 이어 세계에  하나의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그녀의 삶이 재조명되었고,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배우일을 하면서 '워킹맘'으로서 얻은 성과를 아들 둘에게 자랑스럽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나 쿨한 K-Grandma 모습  자체였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님이 악착같이 살아가는 딸에게  던진  마디가 지금도 마음에 울린다. - "너무 애쓰지 "


6- BTS의 세계 정복, 그리고 Permission to Dance


BTS가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행보는 매번 새롭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다이너마이트 열풍에, 올해 발매한 Butter까지. BTS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만 올해의 기억에는 넣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Permission to Dance'라는 노래 때문이다. 정확히는 이 곡에 들어가는 이들의 안무가 수화로 이루어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글에서 어떤 사람이 BTS노래를 청각장애가 있는 자신의 지인과 TV를 보다 있었던 일을 공유한 것을 보았다.

' 귀가 들리지 않는 내 사촌이 옆에서 같이 BTS의 무대를 보다가 "지금 나한테 같이 춤을 추자고 하는데?"라고 이야기했어요' - 살면서 누군가에게, 특히나 TV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결국 BTS가 세계 정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7. 뚜뚜뚜 뚜뚜뚜 뚜두두두뚜뚜뚜 - ○□△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 세계 1위. 그냥 미쳤다고 밖에는 표현하기 힘들다. 단숨에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스토리와 전개. 연기파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는 몰입도를 더했다. 거기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과 미쟝셴은 오징어 게임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오징어 게임의 메인 테마곡은 '리코더'로 '3-3-7 박수'를 모티브로 만든 곡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게임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이 작품에서 이보다 더 어울리는 모티브가 어디 있을까? 오징어 게임 2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오징어 게임과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은 오징어 게임의 아류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정도로 세계인에게 오징어 게임은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8. 백신, 돌파 감염, 부스터 샷, 오미크론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진 것은, 2차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어가면 시작될 것이라 믿었던 새로운 일상이 다시 미루어졌다는 현재의 상황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친 아버지도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돌파 감염이 되셔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어갔지만 여전히 새로운 일상과 거리두기 완화 조치는 묘연해 보인다. 부스터 샷에 대한 흉흉한 소문도 들리지만 백신 패스로 인해 외부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은 빠르게 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 거기에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은 빠르게 확산되어가며 우리의 2021년의 모든 좋은 기억마저도 지워가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놀랐던 것은, '어찌나 이렇게 좋은 기억들을 빠르게 잊었을까?'였다. 올림픽의 환희나 미나리, BTS, 오징어 게임의 전율이 마치 매우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은 현재의 코로나 상황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사실'들을 놓고 보면서, 이 시대와 세상에 대해서 똑바로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히 포기했습니다. 완벽해 보이려는 노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