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관계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할까요?"
인류학 박사이자 유명 외국계 기업의 대표이사를 하고 계신 멘토 J님께 물었다.
J: 안 그래도 내가 지난번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전문성을 기르라는 말을 하면서, 항상 덧붙여하는 말이 있어요. 바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려고 하지 말라'에요. 정말 이상적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돈까지 버는 것이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더군다나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족까지 있다면 더욱 그렇고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나: 매우 소수이긴 하죠.
J: 맞아요. 예를 들어 가수 싸이를 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스타일대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성공했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비웃고 B급 감성이라는 걸 이해 못했는데, 그걸 10년 넘게 하니까 하나의 장르로써 자리 잡고, 세계적인 스타까지 됐잖아요? 그런데 그 외에 누가 있어요? 싸이 혼자예요.
나: 그런데 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전문성을 길러야 하는 거죠?
J: 엄밀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것은 삶을 열심히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말할게요. 돈만 벌기 위해서 일을 하면 삶을 살아가는 의미가 없잖아요.
김해 공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시간이 아직 1시간도 넘게 남았다.
나: 어디 커피라도 한 잔 하실까요?
J: 그럴까요?
한참 메뉴판을 보던 나는, 뭔가 시원하고 달달한 것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저는 딸기 스무디를 마실게요.
J: 오, 그럼 나는 블루베리 스무디.
달달한 스무디를 한잔씩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J: 자,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돈은 자기가 잘하는 것으로 벌어야 해요. 물론 잘하는 걸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겹치지는 않기도 하니까요. 예컨대 나는 물건을 파는 것을 남들보다 잘한다. 여기서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잘한다'의 의미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뜻 이상이 있을까 싶어 대답을 준비하는데, J님은 스무디를 한번 드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J: 남들보다 적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거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잘하는 것을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결국 두 가지는 같이 가야 해요.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해서 전문성을 기르고, 그걸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그렇게 해서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그럼 J님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J: 글쎄요, 저 스스로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관찰을 통해 '간접경험'을 효과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배움을 얻는 것을 잘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결국 '소비자'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적용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전략과 계획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약간 와닿지 않는다는 표정을 보이자, J님은 이어 말했다.
J: 나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와 관습 등을 보고 그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의식과 실제 행동이 실제 일치하는지 등을 관찰하는 훈련을 해왔어요. 어려서부터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왜 좋아할까? 이런 것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그냥 재밌었는데, 학문으로 그것을 더 갈고닦을 수 있었죠. 그리고는 소비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죠. 그리고 이어서 근무했던 다른 회사들에서도 그러한 관점들이 이어집니다.
나: 그러면 전에 말씀하신 '좋아하는 것'과 연결이 이후의 회사들에서 연결이 되신 건가요?
J: 그렇죠.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콘텐츠와 관련된 콘텐츠 회사에 들어가서 멀티플렉스와 관련된 신사업 개발 관련 업무를 했어요. 컨설팅에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에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콘텐츠가 융합되었죠. 그리고 그다음 회사에서는 콘텐츠와 IT가 융합된 게임회사에서 근무를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IT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죠. 그리고 기술과 소비자가 융합된 현재 회사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오게 됩니다. 내가 잘하는 '사업 전략 수립과 실행'이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과 이어지며 기회가 오니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선순환이 되어 제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항상 좋아하는 것이 기회를 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내가 평소에 관심 있는 것들로 인해 더 그 기회를 포착하기 쉽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죠.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책으로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J님이 말하는 '좋아하는 것'은 정말 내가 매일매일 해도 질리지 않는 것,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할 수만 있으면 좋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뒤돌아 보며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일지 관심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전략 기획업무를 주로 해오다가 사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업무를 하게 되었고, 글을 쓰는 것이 내 업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고, 그만큼 나의 업무 역량도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런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서 내가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을지 생각이 든다.
내 삶의 마지막 직업은 글 쓰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한다. 작가로서 돈을 번다는 것이 꿈만 같지만, 돈을 벌기 위한 작가로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글 쓰는 것이 싫어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J님의 말처럼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강박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잘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좋아하는 것으로 삶의 원동력을 더 한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겹쳐서 좋은 기회가 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