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흐려도 뽕은 뽑아야지

여름휴가 <오키나와 여행기>

by 윤작

올해 여름휴가는 남편과 3박 4일간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났다.

워낙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스노쿨링과 바다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신랑이 오키나와를 제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곳으로 향했다.




착륙하자마자 오키나와의 바다가!

'오 맑아 맑아! 날씨 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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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의 날씨가 여행 내내 가장 좋은 날씨였다.. ^^



동양의 하와이라는 수식어처럼

에메랄드 빛의 바다 풍경을 상상했지만

상상 속의 이미지는 힘없이 무너졌다.


많은 양의 비와 강한 바람으로

한껏 뒤집어진 오키나와 바다.

이 풍경이 첫날 마주한 모습이다.



7~8월의 오키나와는 원래 비도 잦고

태풍 가능성도 있어 날씨가 오락가락한다고 하는데,

마침 우리가 그 시기를 딱 맞출 줄이야..

이렇게 날씨 운이 없을 줄이야... 나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어쩌랴.

어디까지나 여행 첫날일 뿐,

우리에겐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차라리 오늘 양껏 내리고 내일부터는 맑아져라!'

긍정회로를 돌렸다.


그리고 어차피 첫날의 일정은

오키나와의 최대 수족관으로 꼽히는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므로 괜찮았다.


사실 수족관을 꼭 가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었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라 방문했는데

비가 와서 실망한 마음이 삭~ 사라질 정도로 좋았다.


난생처음 보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정말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족관이 폐장할 때까지 즐겼다.

츄라우미는 정말 추천!





이렇게 첫날이 저물고 둘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부터는 본격적인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오키나와 하면 <푸른 동굴> 체험을 빼놓을 수 없는데

말 그대로 물속 동굴을 스쿠버 장비를 메고 들어가는 투어였다.


프리다이빙은 나름 교육도 받고 자격증도 있지만

스쿠버 다이빙은 처음이라 기대만발이었는데,

비는 계속됐다...... 다시 말해 투어 취소.

하늘도 야속하시지.. 왜! 대체 왜!


아침부터 예정된 일정이었는데 투어가 취소되고 나니

붕 떠버린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대략 난감이었다.


하지만 돈 쓰고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주저앉을 순 없는 법, 바로 플랜비를 계획했다.


우리에겐 렌터카가 있고, 구글맵이 있으니,

이거면 됐다.

모든 계획은 틀어졌지만

우리가 있는 곳을 기점으로

그때그때 지도를 살피며 차를 세웠다.




그렇게 우리는 둘째 날 무려 세 군데의 해변을 즐겼다.


처음 향한 곳은 <세나하 비치>

사전 조사 없이 그냥 가까이 있어서 들른 곳인데

보자마자 예뻤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숨길 순 없었으나,

백사장에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소라게 같은

생물들도 구경하고,

먹구름 아래 거세게 치는 파도에도

살짝쿵 발을 담가보며 나름의 운치를 즐겼다.



그렇게 비 오는 해변을 즐긴 후 향한

두 번째 해변은 바로 <잔파 비치>

이곳은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는

맑은 해변이라기보다는

그냥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었다.



흐린 제주도 풍경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반적인 해수욕장.

우리의 목적은 셀프 스노쿨링이

가능한 곳을 찾는 것이었기에

이곳은 쓱 한 번 거닐다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비치를 향해 가는데,

가는 길에 생각지도 못한 운치 있는 곳을 발견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인진 몰라도

남녀가 비 오는 날에도 까르르 웃으며

스냅사진을 촬영하고 있길래

옆쪽에 살짝 껴서 추억을 남겨본 곳이다.


남편의 사진 실력이 살짝궁 부족해서 그렇지

바다와 초록 잔디가 어우러진 풍경이 굉장히 멋졌다.



이후 도착한 세 번째 해변은 <니라이 비치>였다.

이곳에서마저 물놀이를 실패하면 어쩌나.. 했지만,

흐린 날씨 속에 시야가 나름 좋았다!

그리고 나름 많은 스노쿨링 경험으로

안면 튼 고기들이 많은데,

처음 본 물고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심지어 내 허벅다리만 한 물고기도 마주했다.

파스텔 톤의 하늘색 비늘을 갖고 있는 물고기였는데

처음에는 큰 덩치에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어딘가 모를 뚱하고도 서글서글한 표정에

이내 안심했다.


니라이 비치에서 한 컷


흐린 날씨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오키나와의 맑은 바다.

그래, 이 정도면 빗속에서도 잘 즐겼다!

이렇게 오키나와 둘째 날이 저물었다.




그리고 새롭게 밝은 여행 셋째 날!

여행 마지막 날까지 우리는

스노쿨링 투어를 잡아놓았다.

오키나와 남부 쪽 <케라마 제도>라는 곳!


그렇다면 과연 날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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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베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어젖혔는데

비도 안 오고 나름 햇빛도 비치는 것 같고

남편과 나는 기대에 가득 찬 무언의 눈 사인을 교환했다.


그래, 하루라도 맑으면 됐다.

하루라도 투어를 할 수 있다면 이틀 흐린 것쯤이야!


하지만 만고 내 생각이었다.

투어는 또 취소 ^^

비도 그쳤는데 대체 왜! 뭐가 문제란 말인가!

정말 원망스럽기도 했으나..

바다 상황은 또 다른 것이니 어쩌랴.


정말 여행 마지막 날까지 이렇게 될 줄 몰랐던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정-적.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나..

시간 쓰고 돈 써서 여기까지 왔는데..

전날처럼 재빠른 정신승리가 힘들었으나 어쩌랴.

삶이란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데,

에헤라디야 춤출 수밖에.



다시 셀프 해변 투어가 시작됐다!


좀 더 본격적인 유목민 콘셉트로

언제 어디서든 빠질 준비를 한 채로

여러 해변에 발도장을 찍었다.


먼저 향한 곳은 <케라케라 비치>와

<미바루 비치>라는 곳이었다.

그런데 케라케라 비치는 스노쿨링 장비조차

쓰지 말라고 하는 해변이었고,

그렇다고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환경이 썩 좋지 않았다.

미바루 비치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왔으면 팔다리라도 저어 봐야지!

두 해변 모두 발도장은 야무지게 찍었다.


미바루 비치


이후 향한 곳은 <치넨 곶 공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정말 좋았다.

오키나와 남부를 간다면 꼭 가보면 좋을만한 곳.

치넨 곳에 도착했을 때는 반짝 날씨도 좋아서 더욱 최고였다!



치넨 곶 공원의 위로를 받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오지마 섬>이다.


오지 말라는데 간 섬... (썰렁.. 죄송합니다..)

이곳 역시 안 갔으면 어쩔 뻔.

아주 작은 섬마을이었는데,

특유의 고요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생각보다 근사한 곳을 많이 방문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스노쿨링을 즐기지 못한 터라

다시 렌터카를 타고 마지막 코스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해변은 <오도 비치>

물속에 아무것도 안 보이면 어떡하지..

제대로 된 물놀이 한 번 못해보면 어떡하지..

불안 불안한 마음을 품고 향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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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만족!!!



구름 가득한 날씨였음에도 물속 시야도 좋았고,

무엇보다 신기한 물고기들이 한가득!

대형 수족관이나 다름없었다.


방수팩 왜 안 들고 갔는지..

바닷속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없었지만

눈으로 오래오래 담느라

살갗이 타는 줄도 모르고 바닷속을 헤엄쳤다.


스노쿨링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바닷속 세상은 너무나 신비하고

바닷속 세상을 엿보는 그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고요해질 수 있어서 좋다.



물놀이 후엔 컵라면이지!

렌터카에 앉아서 따뜻한 라멘으로 마무리.



이번 여름휴가는 정말 계획대로 된 것이 1도 없었다.

여행 떠나기 전에 어디를 투어 할 건지,

동선을 어떻게 할지,

이런저런 계획을 짜느라 바빴는데,

날씨 앞에 모든 게 바사삭.


우리는 뜻하지 않게 즉흥 여행을 하게 됐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그래서 더욱 자유로이 즐길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좋은 곳도 가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즐기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여행이었다.


여행 내내 비와 함께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말 그대로 뽕을 뽑았던 여름휴가.

오키나와 여행기 끝!




+ 쿠키!


앞선 내용에선 해변 투어만 소개돼 있지만,

아메리칸 빌리지, 국제거리, 파친코 등

사실 돌아다닌 곳은 더 많다.


무엇보다 먹은 것들은 더~ 많다!

다 소개하긴 힘들고 이번 여행에서

베스트 먹거리를 꼽자면 단연 '와규'

와규는 일본의 고급 식용 소고기인데,

부드러운 건 물론이요, 풍부한 육즙까지.

소고기가 다 비슷한 맛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아니었다.

왜 이걸 이제야 경험한 건지, 정말 와규의 재발견이었다.

와규 스테이크와 와규 야키나쿠


사진을 올리면서도 또 먹고 싶은 맛.

와규의 강렬함은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여름휴가 오키나와 편

이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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