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작가 Nov 02. 2020

대충 살고 싶은 월요일 너무 열심히 살았다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 한 달에 한번 있는 병원 월례조회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몸이 무겁고 천근만근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어제 오후에서야 돌아온 여파였다. 조회를 빼먹고 몰래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이 꽤 많지만 나는 언제나 개근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조회에 참석했다.


간호조무사 실습생 한 명이 첫 실습을 나왔다. 성의껏 일과 간호 실무를 가르쳐주었다. 월요일 아침이라 환자들로 병원은 복작거렸다. 하나의 실수도 없이 최선을 다했다. 평소보다 더욱 분주하고 빠르게 하루가 흘러갔다.


주 2회 월요일과 수요일은 클라이밍 수업을 가는 날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수업을 빠질 만도 한데, 운동을 미루면 갈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할 것을 안다. 결국 오늘도 클라이밍 수업을 갔다. 가서 적당히 해도 되는데 꾸역꾸역 벽에 매달렸다. 손아귀 힘이 빠져서 1.5m 높이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했다. 오래 서있는 직업병 때문에 오른쪽 발목이 성치 않은데도 말이다. 결국 수업이 끝나고 걸어가는데 통증이 심한 나머지 발을 제대로 딛기 힘들었다.


분명 일할 때는 집 가서 누워서 넷플릭스나 보다가 잠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운동하고 바로 카페로 향해서 밤늦은 시간까지 글을 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공모전에 도전해볼 요량이었으나 준비가 부족했다. 그래서 최근 공모전 하나를 지나쳐야 했다. 그 아쉬움으로 잘 써지지도 않는 글을 자주, 꾸준히라도 써볼 생각이다.


오늘도 성실하게 근무를 하고, 근무 후에도 열심히 자기 계발에 매진했다. 

에이, 오늘은 연습실패다.

나는 요즘 열심히 살지 않는 연습을 한다. 


평소에 지나치게 열심히 사는 편이다. 내 몸은 아픈 법을 잊어버렸다. 몸은 아플 수도 있는데, 아픈 것을 자주 무시하고 출근하다 보니 아픔에 무뎌져 버렸다. 나는 3년 동안 일하면서 병가를 써본 적이 없다. 간호사들에게는 흔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대충 편하게 쉬엄쉬엄 살고 싶은데, 이미 '열심히'는 습관이자 생활신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서울에서 특출난 재능이나 타고난 부유함 없이 평균 정도 하는 삶을 살려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평범함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다, 평범할수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런 치열함이 일상과 취미에도 배여 버린 것 만 같다. 주 2회 운동을 하고 취미활동도 1회 이상 꾸준히 한다. 데이트도 틈틈이 해서 연애전선에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각종 인맥과 사회생활을 위해 약속을 잡다 보면 하루도 일정 없이 혼자인 날이 없다.


열심히 살다 보면 몸이 아픈 것과 현재 내 감정이 어떠한지, 이 두 가지에 무뎌지게 된다. 자기 돌봄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자기 돌봄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도 있지만 자기를 돌보지 않다가는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 과열된 배터리는 고장이 나는 법이다. 이미 한 번 이상 고장 난 경험이 있어 잘 알고 있다. 오래도록, 천천히 여유 있는 삶을 살려면 천천히, 미지근해야 한다. 


대충 살고 싶은 월요일, 오늘도 너무 열심히 살았다. 내일은 다시 한번 조금 덜 열심히 사는 연습을 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라떼는 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