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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작가 Nov 06. 2020

이직에 실패했다 애사심이 필요하다

퇴사를 막기 위해 애쓰는 방법

이직에 실패했다.

정말 이직하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다른 회사와 직무 인터뷰까지 잡았었던 건 사실이다. 자세히 알고 보니 해당 직무가 나와 맞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원래 직장에 남아야겠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애사심이다. 사그라들었던 애사심에 불 지피기 위한 방법, 회사의 장점 찾기를 시작해본다.


우리 회사(병원)의 장점 5가지


1. 거리가 가깝다.

우리 병원의 최대 장점이다. 위치는 더블 역세권에 집에서 (가까스로)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다. 지하철만 타고 다녀도 일 년 교통비는 80만 원 남짓이 나온다. 80만 원 절약하고 덤으로 하루 30~40분을 걸어 다니니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운동할 시간이 생긴다.


2. 야근, 연장근무가 거의 없다.

완벽한 칼퇴는 아니지만 9 to 6 (~6:30)인 상근직이다. 하루 2, 3시간 무급 연장근무를 하던 시절에 비하면 늦게 내원한 환자 탓에 20~30분 연장 근무하는 건 호사에 가깝다. 퇴근 후 클라이밍 수업에, 여러 친구들과 술 약속도 즐길 수 있다. 완벽한 워라벨의 실현이다.


3. 업무 난이도가 낮다.

사실 병원 특히 외래는 다 비슷하겠지만, 바쁠 땐 바쁘고 한가할 땐 또 한가하다. 특히 요새 코로나로 인해 중소 병원에 환자가 줄었다. 30분 동안 환자가 1,2 명뿐일 땐 대부분 가만히 앉아서 쉬거나, 일거리를 찾는다. 비품 정리나 청소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쉬는 시간이라도 스마트폰 보거나 잡담하는 건 금지이지만, 겨드랑이에 땀나게 뛰어다니면서도 욕먹던 대학병원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편하다.


4. 그래도 상사는 나보다 일을 잘한다.

건방진 말이지만, 나보다 일을 못하는 상사와 일을 해본 적이 있다. 상사는 본인의 일도 내 일도 이해하지 못했다. 매번 일일이 물어보고, 할 일이 있어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상사가 이 분야에선 나보다 전문가인 것이 좋은 것 같다. 실수해서 깨지더라도 일 잘하고 배울 수 있는 상사가 낫다.


5. 정규직이다.

월급이 밀리지 않고,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이다. 규정상 안 되는 날도 많지만 (월요일 등) 월차와 연차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 예전 직장은 담당 교수님 휴진일에만 연차를 쓸 수 있었다. 토요일도 내가 원하는 날이 아닌 정해진 날짜에만 쉬었다. 가끔 1년, 2년을 못 채울 것 같아서 계약직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직서를 내는 날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다.


솔직히 5가지 장점을 적느라 힘들었다. 같은 직군의 연봉 치고 박봉인 편이고, 무 복지이고, 발전 가능성도 별로 없다. 여기서 오래 버티더라도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너무 최악이다,라고 말할 단점도 없다. 퇴직사유가 없어 망설여진다. 첫 직장에서 버티다 지쳐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해 입사한 곳이 지금 직장이다. 미래를 위해 더 큰 회사, 유용하고 더 전문적인 업무에 도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기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이 곳은 자기 계발, 자격증 취득, 공무원 시험 준비등을 하기엔 일단 최고의 환경인 만큼 미래를 준비할 예정이다. 지금이 이직에 적합한 때가 아니라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애사심이라 생각한다. 애사심은 애초에 기업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고, 직원을 부리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직원 입장에서도 애사심은 필요하다. 지금 직장만큼 적당하고 잘 맞는 곳은 없다는 믿음과 애정 없는 직장생활은 그저 '존버'일 뿐이니까. 다음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칠 때까지는 5가지 직장의 장점을 되새기면서 애사심에 불을 지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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