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작가 Jul 20. 2021

생신규가 들어왔다(2)

신규 간호사 트레이닝과 병원 생활

수선생님과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이 신규와 가장 충돌했던 부분은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였다.


진료실 앞에서 서서 가르칠 때면 소리가 날 정도로 연신 하품을 했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아이스커피를 건네자 아메리카노는 써서 안 마신다고 했다. 업무에 집중을 하지 않으니 오전에 알려준 것을 오후에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신입은 한가할 때면 주사실 구석에 숨어,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곤 했다. 


입사한 지 열흘 이상 지나서 단순 드레싱은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소독 준비하라는 말이 없으면 드레싱 환자가 처치실로 들어와도 안내를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부서 특성상 바쁠 때는 매우 바쁘고, 안 바쁠 때는 잠시  앉아있을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119가 들어오거나, 정형외과, 주사실 환자가 내원하면 즉각적으로 일어나서 대응을 해야 한다. 입은 런 부서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해진 규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일도 잦았다.


한 달에 한 번은 월례조회 때문에 8시 반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신입에게 알려주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병원 도착하면 8시 40분인데요?"

첫차를 타는 것도 아니고 10분 더 일찍 출발하면 되는데 너무나도 당당했다.


 

 병원 근무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것을 대부분 병원이 금지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균이나 바이러스로 오염될 수도 있고 반대로 환자의 체액, 혈액으로 오염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입은 탈의실도 안내받았고, 이미 간호학생 때부터 근무복 출퇴근은 지양해야 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근무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것을 발견하고 수선생님이 주의를 주었다.  신입은 또다시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근무복은 아니지만 간호화를 신고 퇴근을 해서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엘리베이터에서 주의를 주었다.


간호사 A : "간호화 신고  출근했던 거야? 그러면 안돼."

신입 : "저는 이게 편한데..."

간호사 A : "우리도 다 간호화 신으면 편해. 선생님 그러다 원장님께 걸리면 우리들도 다 같이 큰일 나."

신입 : "아. 안 걸릴 거 같은데?..."

간호사 A : "그건 선생님 생각이지!"


당당한 말대답과 규칙을 넘어서는 논리에 당황했다.




출근 시간이 마음대로인 만큼

퇴근 시간도 마음 가는 대로였다.


어느 날 퇴근 10분 전, 신입이 가방과 우산을 다 챙긴 채로 진료실 문 앞에 나가서 서있었다. 퇴근 전에 환자가 별로 없는 날이라 한가한 날이긴 했지만 외래 진료 특성상 6시 정각 까지는 기다렸다가 퇴근해야 한다.


다른 간호사들은 처치실 정리, 컴퓨터 전원 끄기 등 뒷정리 중이었는데, 신입이 문 밖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수선생님이 발견다. 수선생님은 특별히 크게 나무라지 않고 '벌써 퇴근하려고 하냐, 짐 내려놓아라'라고 말했다. 신입은 또다시 눈물샘을 터뜨렸고, 울다가 6시가 되자마자 그대로 퇴근했다. 물론 근무복 입은 채로 말이다.


신입과 다른 선생님들의 관계는 위태로워 보였다. 기존 선생님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있는 것이 보였고, 신입은 말도 잘하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기 어려웠다.



신규 간호사 이야기는 3편에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신규가 들어왔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