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사람들은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꽤나 유머러스한 입담을 갖춘 사람들이다.
강한 성조와 말끝마다 붙이는 儿자 때문에 처음에는 친절하지 못하고 투박한 말투로 들려 어딜 가나 말 걸기가 무서웠는데, 알고 보면 그 어느 곳 사람들보다도 말을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작품이 유명하다. 만담이라 불리는 상성(相声)은 톈진에서 시작되어 베이징 일대의 민간 예술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어 한 글자가 가진 뜻과 음, 성조가 다른 같은 발음의 단어들을 이용해서 언어유희를 만들어 내는 특유의 재치와 요즘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까지 만담 안에 모두 담겨있다.
상성의 전통적인 모습은 이러한데, 빠른 말 속도와 어려운 단어들로 모두 이해할 수는 없어도
해바라기씨와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중국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따라 웃는 재미로 가고는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상성 대신 토크쇼를 많이 보러 간다고 해서 유명한 극단인 开心麻花에서 진행하는 스탠딩 코미디를 보고 왔다. 이 날 보러 간 스탠딩 코미디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해나가는 형식이었는데, 딱히 정해진 주제 없이 당일 관객들과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나가는 무대였다. (사실 두 번 보러 갔는데 같은 출연자들의 토크 주제는 동일했던 걸 보니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반복하는 것도 같았다)
말도 빠르고, 각지에서 온 출연자들이라 외국인인 내가 완전히 알아듣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런 공연의 묘미는 못 알아들어도 옆에서 웃을 때 따라 웃고, 왜 웃는지 이뉴는 모르지만 같이 즐거울 수 있는 그 분위기에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