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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Aug 09. 2023

황대권, 『야생초 편지』

감옥에서 담은 편지


우리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 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아야 ‘치맛바람’밖에 더 되겠니? 또 그 억지야말로 아이를 죽이는 횡포가 아니고 무엇일까? - p.37 line 8~14


평화란 절대적 평온, 정지, 무사, 고요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단히 움직이고 사고하는 ‘동적평형(動的平衡)’ 상태라는 것이지. 사회가 평화롭다, 두 사람 사이가 평화롭다고 할 적에는, 내부적으로 부단히 교류가 이루어지고 대화가 진행되어 신진대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 p.109 line 15~19


우리는 흔히 후진국의 독재자들이 잘 쓰는 3S 정책이란 걸 잘 알고 있다.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고 독재정권에 순종적으로 길들이기 위해 영화(Screen), 섹스(Sex), 스포츠(Sports)를 의도적으로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지. 브라질이나 태국 같은 나라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분단국가인 우리는 3S가 아니라 4S로 지금까지 통치해 왔다. 또 하나의 S는 간첩(Spy)이다. 군사정권 이래 지금까지 끊임없이 결정적 순간마다 발표되는 간첩사건이 그것이다. - p.117 line 14~22


우리가 흔히 일컫는 ‘명작’이란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우연히 일궈 낸 거품 같은 것이다. - p.223 line 13~14


오늘은 이놈을 보고 있다가 문득 우리 재소 형제들의 처지가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전과자라고 찍히면 생전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서 짤리고 짤리고 하는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 사회로부터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 땅속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러다가 여건만 맞으면 언제라도 밝은 세상으로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밝으면 밝을수록 조뱅이 잎의 가장자리가 더욱 날카로워지는 이치를 아는가? 뽑으면 뽑을수록 땅속에선 무수한 조뱅이 새끼들이 언제고 뚫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아는가? - p.229 line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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