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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Aug 12. 2023

김윤나, 『말그릇』

말은 사람을 닮는다


‘말’이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매일매일 쌓아올려진 습관에 가깝기 때문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뒤섞이고 숙성돼서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바로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는 그 사람의 내면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말 잘하는 ‘기술’만 익혀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말 습관을 기를 수 없다. - p.8 line 6~11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객관적으로 말이야.’, ‘다 그렇게 생각해’와 같은 말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신에게 둔다. - p.34 line 1~4


말은 살아 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도 하고,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기도 한다. 말은 당신과 함께 자라고 당신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말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 - p.52 line 13~17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사, 짜증을 유발하는 동료, 자꾸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후배.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역시 나조차 이러저러한 이유로 갖게 된 나만의 공식을 통해 사람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각의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걔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소연한다. 급기야 “나는 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네 생각을 뜯어 고치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 p.109 line 11~19


사실 대부분의 것들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가장 잘 어울린다. 봄날의 꽃도 그렇다. 꽃이 활짝 필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뿐이다. 물론 꽃이 늦게 피면 걱정하고, 만개했을 때 맘껏 기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 열릴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꽃봉오리뿐이다. - p.152 line 11~14


어쩌면 우리는 솔직한 감정 한마디를 드러내지 못해서 그렇게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롭고 힘들어요. 위로해 주세요.”라는 말을 못해서 누군가를 욕하고 세상을 비난하며, “내가 부끄럽네. 미안해. 후회하고 있어.”라는 말을 못해서 상대를 질책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 p.196 line 3~7


단지 질문이라고 의식하지 않을 뿐, 매순간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하고 답을 한다. 질문은 답을 만들고, 답은 선택을 만든다. 선택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매일의 질문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 p.220 line 11~14


‘당신의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벽에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한 걸음 떨어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 내가 아닌 누군가의 입장, 한계보다는 현재의 충분함을 의식하면서 해결책을 다시 모색하는 게 도움이 된다. - p.253 line 5~10


우리 모두는 말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분명 내 것인데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과 생각과 습관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여 수없이 많은 갈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말그릇을 인식한 사람, 멈추고 돌아보는 사람,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 후회의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조금씩 자신의 말그릇 안에 마음과 사람을 담아낼 수 있다.

당신이 하는 말이 누군가를 일으키고, 다시 달리게 할 수 있기를. 누군가를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길 응원한다. - p.305 line 18 ~ p.306 line 7


 요즘에는 그런 마음으로 말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그러다 보면 어떤 말도 쉽게 할 수가 없다. - p.310 line 18 ~ p.311 lin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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