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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Oct 20. 2023

연극 <칼치> 관람 후기

지하창작소 제자백가

 2023년 10월 19일 오후 7시 30분, 대학로 시온아트홀에서 연극 <칼치>를 관람하였다. 연극 <칼치>는 서울특별시 '2023 서울형 창작극장'으로 선정 및 지원받는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기획공연으로 지하창작소 제자백가가 연출하였다. 이번 연극은 2001년 현선호 침몰로 인해 8명 중 6명이 주검으로 발견된 짤막한 기사에서 창작되었다. 짤막한 기사를 읽어보니 기사 자체는 육하원칙에 기반한 정말 짧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이번 연극의 모티브가 된 것은 맞지만 내용 자체는 창작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을 것이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기록될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칼치는 갈치의 경상도 방언이다. 칼치는 예민하여 배에 잡혀 올라오는 순간 스스로 죽어버리기도 하고,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동족 포식을 하기도 한다. 이번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칼치가 아닌 인간은 바로 선주이다. 나머지 인물은 모두 칼치다. 칼치는 먹을 것이 없다면 서로 먹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같은 종류의 인간을 잡아먹으며 살고 있다. 같은 동족을 잡아먹어야만 사는 칼치는 결국 인간인 우리에게 잡아먹힌다. 결국 선주에게 잡아먹히는 것이다.

 이번 연극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선 불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불평등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나아가 불평등은 타인의 고통을 전제로 한다. 내가 돈을 더 번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돈을 덜 벌 수밖에 없다. 약자가 철저한 제로섬게임에서 살기 위해선 강자가 아닌 약자를 잡아먹는다. 칼치가 동족 포식을 할 때 약해보이는 칼치를 잡아먹는 것처럼 말이다. 약자가 약자를 잡아먹어 강자가 되면 좋을련만, 강자가 되지 못한다. 결국 약자는 다시 약자로서 생존을 위하여 자기보다 약한 약자를 찾아나서고 만다.


 이번 연극은 배천수(명호), 윤성원(선장), 이재영(기섭), 선승수(수창), 이희종(상길), 송영재(선주), 노혜란(조사관), 박정림(안팀장), 하경한(머구리), 이유진(지영), 신성미(간호사) 배우가 연기를 해주셨다. 연극의 흐름상 맡으신 배역에 따라 분량이 적은 분이 계셨는데 다음엔 더 긴 분량을 맡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후기는 해당업체로부터 티켓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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