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시절인연

취업 연수생 회고록

by 시월

아쉽게 탈락한 줄 알았던 부산 시청 취업 연수생의 기회가 감사하게도 다시 찾아왔다. 중도 포기자로 생긴 결원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약 일주일 후 긴장과 함께 처음 사무실을 찾았을 때 보였던 것은 낯선 것들뿐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회색빛 사무실, 침묵하고 있는 빼곡한 문서들, 왠지 서늘하고 탁한 공기까지.


다행히 업무는 어려운 편이 아니었고 함께 일하게 된 연수생들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큰 문제없이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다닐 수 있으리라 예상했고 그 기간을 마치고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복기해 봤을 때는 실제로 그러했다.


물론 사람과 사람이 모인다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큰 문제가 없었다’라는 표현이 그것마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들이 나를 더욱 성장시켰기에 지금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양한 갈등’과 얽힌 에피소드를 이 글에서 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인물과 상황이 복합적으로 엮인 만큼 등장인물 중 한 사람에 불과한 내 시점으로만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뚜렷함을 안다. 그러한 연유로 이 글에서는 ‘사소한 문제조차 없지는 않았다’라는 정도만 밝히겠다.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취업 연수생을 하며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이 앞으로 펼쳐질 나의 작품 세계 속 캐릭터와 스토리로 변주되어 활용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함께 연수생 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었음에는 분명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렸는데, 고작 두 달에 불과한 만남을 가졌던 이들과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비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싶지는 않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 밥 한 끼 술 한 잔 나누고 싶다. 단순히 업무로 만나 얽히고설킨 관계지만, 어쩌면 나는 그 이상의 관계를 조금은 바라고 있는 것도 같다.


지금도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들이 많다. 야외 정원에서 쬐던 따사한 햇볕, 실내 정원에서 들려오던 물 흐르는 소리, 도서관에서 책 등을 훑던 손끝의 감각, 헬스장에서 긴장감 있게 치고받았던 탁구공의 속도. 고된 업무 사이 특별한 것 없는 찰나의 휴식 시간에 함께 웃고 떠들었던 순간까지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며 말라갔던 나는, 취업 연수생을 통해 사람들과 부대끼며 조금씩 밝음을 되찾았다. 항상 힘이 넘쳤다거나 늘 행복했다는 과장은 하지 않겠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는 것은 적응된 이후에도 힘들었고 같은 사람을 매일매일 봐야 하는 상황에 질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길 잘했다는 것이다. 본래 기억이야 미화된다고 하더라도, 좋은 추억으로 연수생 시절을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기억이 희미해질 날이 마침내 찾아오더라도, 그 감정만큼은 여전히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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