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나의 한 달을 집어삼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것도 없이 텅 빈 4월이 지나가있을 뿐이었다.
조울이라는 병이라고 한다.
고치기 쉬운 종류라는데, 약을 고작 며칠 먹지 못한 지금도 어찌 이렇게 힘이 빠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계단을 잠깐 올라도 다리가 무겁고, 앉아 있는 행위가 힘겹다.
책을 읽지 못했다. 언어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조차 무감하게 지나쳤다.
음식은 무생기의 무엇이 되고 나는 그것을 같은 무생물이 되어 그저 넘기기를 반복한다.
지금은 힘이 빠져도 괜찮을 시기가 아니라는 게 잔잔히 내 조울을 옥죄이고
내 무력함을 재발견하는 것이 꽤나 불유쾌하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건만 나인지 내가 아닌지 모를 이것이 또 내 발치에 질척이고 있다.
우습게도 그것이, 내게 새로운 감각은 아니다. 또 힘을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버거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