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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Jul 28. 2023

P의 후쿠오카 여행

MBTI-P 백 퍼센트의 여행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반이었다.

딱딱한 매트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려 굳은 곳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나오니 어느덧 4시 반이다. 생각이 맑아진 것인지, 애초에 잠이 든 적이 없어서인지 왜 인지 모를 또렷한 정신으로 짐을 다시 한번 정리한 후 탑승구로 향했다.


 이것은 아침 첫 비행기를 탄 사람의 개노답 여행기 도입부이다. 오전 7시 반 비행기를 위해 3시 반에 공항 찜질방에서 눈뜬 연유를 보게 되면 MBTI-P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라고 계획을 안 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완벽하지 않은 계획에 당황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뿐이다.


 처음 7시 반 비행기 티켓을 결제할 때에는 '3만 원이네? 싸다?!' 이 생각만으로 결제를 했었고 생각을 해보니 수화물 15킬로를 추가해야 했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7시 반에 비행기를 타려면 최소 5시에 공항을 도착해야 했고 인천까지 5시에 도착하려면,,,3시에 일어나서 30분 만에 준비하고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비는 지금 언급조차 못했다.


'망했네.'


 다른 시간대로 구하려 했으나 가격 차이가 커 어쩔 수 없이 7시 반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난 공항 내 호텔, 다락휴를 검색해 보았으나 객실은 다 차 있었다. 기대도 안 했었다. 다른 호텔을 검색하다 보니 공항 근처 찜질방이 5만 원 정도였고 7시 비행기인 승객들의 후기가 많아 예약을 했다. 그리고 바로 여행 전 날, 저녁 9시 실로 오랜만에 해외로 출발하는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첫 발은 빗물이 반겨주었다. 평일 출발이라 6시까지 일하다 와서 피곤했다. 그래서 도저히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탈 수 없어 집에서부터 김포공항까지는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교통비가 절약되어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이상하게도 이 날따라 데이식스 '예뻤어'노래를 듣고 싶었다. 한곡반복을 하며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던 중, 아무런 생각 없이 문자함을 열었고 내 찜질방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확인했다. 문자는 어제 보내진 것이고 나는 알람을 꺼두어서 문자가 온 지도 몰랐던 것이다. MBTI-P는 심히 당황했지만 이미 떠나온 길이 길어 어떻게든 공항 근처에서 버텨야 했다. 한참을 공항 노숙이 가능한지 검색을 하다가 누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학생이고 20대면 공항에서 노숙해도 되지만 30대 이상이면 무조건 호텔을 가라는 익명의 친절함 덕분에 노숙을 택하는 선택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운 좋게 공항 내 찜질방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는 글을 보게 되어 찜질방으로 향했다. 이 난리를 친 것이 겨우 인천공항역 도착 2 정거장 전이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이 다시금 밀려들어왔다. 


반가움의 감상도 잠깐이고 찜질방을 찾아 헤매느라 지하층을 다 돌아보았다. 그리고 겨우 찾아낸 찜질방에서 얼른 잠을 청했다. 그래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반이었다.' 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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