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는 여행

핀란드 1일째

by 초이

모스크바 4일째이자 러시아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다.


무서울 줄만 알았던 모스크바는 그 첫 발돋움부터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별일 없이 마무리를 하는 듯했으나 마지막 날은 조금 무서웠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1시 정도였다. 러시(아) 아워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한 바, 숙소가 공항과 가까웠움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에 우버를 탔다. 숙소 바로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기사가 조금 늦었다. 건너편에 세워진 차가 있어서 무작정 가보니 기다리던 기사가 맞았다.


인사를 하고 캐리어를 트렁크에 담아 출발했다.

인적 사항이 등록되고 온라인으로 위치 추적이 되는 우버라도 괜히 무서워 호탕한 척 껄껄 웃으며 성격 좋은 척을 했더니 기사가 성격이 좋다고 칭찬하였다.


하지만 나는 기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틈틈이 구글맵과 우버로 공항 쪽으로 가는 게 맞는지 확인했다.


기사는 러시아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었고 고향에서 격투기 선수였다고 한다. 내가 호탕한 척 허세 부린 이유가 여기 있었다. 나 같은 건 한주먹거리였다.


고향노래도 틀고 따라 부르길래 잘 부른다 해주니까 신나서 더 불렀다.


다행히 구글맵에서는 내가 공항 쪽으로 잘 가고 있는 게 확인되었다. 사진은 한참 공사 중인 월드컵 경기장이다.

전직 격투기 선수답게 차량 미러 아래 장갑이 달려있다.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당시 1000 루블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버 비 내고 남은 돈으로 점심 사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잔돈이 없다고 수를 쓰는 것이다! (공항까지의 우버비용은 1000루블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니 잔돈이 있다며 뒷주머니에서 꺼낸다.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고 출국심사도 별 거 없었다.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다. 비행기가 뜰 수나 있을 까 우려하,,,

하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파래지며 이륙하였다.


우버에서 기사가 sam smith의 pray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보면 2주 동안 러시아와 진한 우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핀란드 까지의 이동 거리가 짧아 잠깐 눈 붙였더니 도착했다.

대부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데 티켓팅 당시 상트를 몰라서 바로 핀란드로 넘어갔다.


처음으로 EU에 발을 내디뎠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헬싱키 도심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무도 기차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책에서 보던 헬싱키 기차역이다. 내가 그곳에 왔구나 실감이 난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약간이 관심이 있어서 핀란드 디자인 관련 책을 구매했었다. 인천에서 러시아 가는 비행기에서 그 책을 다 보고 승무원에게 드렸는데 괜한 짐이 되었을려나 싶다.

역 앞에서 요플레를 무료로 나누어 주길래 받았다.

라즈베리 잼과 요플레 그리고 요플레 안에 있는 밥.

당황한 나머지 이게 밥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는데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았다.


숙소를 정하지 않고 배터리도 없어서 기차역에서 바로 향한 곳은 관광안내소였다. 다이애나 파크 호스텔을 추천해주길래 일단 가보니 괜찮았다.


헬싱키는 사전에 공부를 조금 했던 곳이라 러시아와 헤어졌어도 금방 허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었다.